“한방 첩약 시범사업, 의료소비자 만족도 높아…본사업 전환 필요”

2025-11-13

정부가 알레르기비염, 요추추간판탈출증 등 6개 질환에 대한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본 사업으로 전환해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첩약은 여러 한약재를 섞어 만든 탕약을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소비자 중심 건강보험·실손보험 한방진료 보장 방안’ 토론회에서 "첩약에 대한 보험급여 확대는 한의약의 공공성 강화로 이뤄질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한의사의 진료를 받는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관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2020년 11월부터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작년 4월부터 시행된 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 질환과 기간, 참여 의료기관이 1단계 사업보다 대폭 확대됐다. 한방 첩약을 처방받을 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질환은 기존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에서 알레르기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이 추가돼 6종으로 늘어났고, 대상 의료기관도 한의원에서 한의원·한방병원 외에 한방 진료과를 운영하는 병원으로 넓어졌다. 2단계 시범사업 기간은 오는 2026년 12월까지 2년 간이다.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주관으로 더불어민주당 민병덕·장경태 의원, 국민의힘 배현진·박정훈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 교수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2월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1.5%가 '첩약 이용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한방의료 이용 실태조사(78.4%)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특히 본인 또는 가족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한방 이용 경험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이용 의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2단계 시범사업에 포함된 6개 질환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뇌혈관질환 후유증, 요추디스크탈출증,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3단계 시범사업 연장'보다 '건강보험 급여에 완전 편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첩약의 건강보험 완전 편입을 원하는 이유로는 '한방치료를 부담 없이 이용하고 싶어서'(36.9%), '첩약이 좋지만 비용이 부담되어서'(25.1%), '체질맞춤 치료를 원해서'(19.5%)' 등이 꼽혔다. 다만 건강보험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건보 재정 안정성이 걱정된다'(3.84점)는 응답이 '건보에 한방이 포함돼야 한다'(3.59점)는 응답을 뛰어넘어, 건보 혜택에 대한 만족도와 재정 우려가 상존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교수는 "한방 진료빈도가 높은 25개 질병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 항암치료후 면역치료, 근골격계 질환군, 아토피피부염, 갱년기장애, 당뇨, 간질환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며 "질병의 우선순위를 구체적으로 설정해 첩약 건보 시범사업의 단계적 확대가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은 1·2차 시범사업을 거치며 국민 만족도, 신뢰도 측면에서 충분한 정책성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치료권 선택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과학적 근거와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방진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지만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모두에서 단계적 보장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번째 발제자인 황진주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고 지불 의사도 있는 한방 진료가 실손보험에선 배제되어 있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특정 진료로의 쏠림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정책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금융당국 주도로 5세대 실손보험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약침 등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항목을 중심으로 '비중증 비급여(특약2)'에 한방진료 선택권을 부여하는 식의 단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소비자 조사 결과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와 실손 미가입자 모두 한방진료 보장이 포함될 경우 5세대 실손 전환 또는 가입 의향이 커진다고 응답했다. 그 중 보험료가 인상되더라도 한방 보장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66%로 과반이었다"며 "소비자 의료비 부담 완화와 선택권 확대,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변화에 걸맞는 실손보험 한방진료 보장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과 과장은 "소비자들의 선택권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며 "한의계와 보험업계가 논의를 통해 한방 진료에 특화된 상품을 개발하거나 시범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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