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 내 잇단 중대재해 사고 발생으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장인화 회장이 연일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다. 안전 관리에 심각성을 인지한 그는 이달 초 광양제철소를 방문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건설 사고 현장도 찾아 본격적인 안전 점검에 돌입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장 회장은 지난 주말에 인명사고가 발생했던 포스코이앤씨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현장을 찾았다. 이는 건설 사고가 발생한지 6일차,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에 강력 제재를 지시한지 4일차만의 방문이다.
장 회장은 이날 그룹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연이은 사고에 통렬히 반성한다"며 "우선적으로 재해의 근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부 전문가와 사내 경영 진단 조직이 공동으로 조사를 시작해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이달 4일 포스코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근로자가 양수기 펌프를 점검하던 도중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했고, 아직까지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그룹에선 이 사고를 포함해 올해만 총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장 회장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광양제철소를 직접 둘러보며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당시 포스코노동조합과 면담을 하고 '그룹안전특별진단TF'와 관련해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했다. 광양을 찾은 후 약 일주일 만에 최근 발생한 건설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연이은 산업재해 발생으로 포스코그룹은 서둘러 개선 대책을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먼저 그룹 내 가장 많은 사고가 났던 포스코이앤씨는 안전 경영 실현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여기에 인프라 사업 분야에서의 신규 수주 활동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물러나고 송치영 그룹안전특별진단TF 팀장이 신임사장으로 선임됐다. 송 신임 사장은 첫 공식 일정으로 인명사고 현장을 직접 찾았다. 회사는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하도급 구조와 관련해서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포항제철소 안전·보건·환경(HSE) 담당자도 교체됐다. 포스코는 이동호 포항제철소 HSE 부소장을 포스코이앤씨 안전 담당 사장 보좌역으로 발령했다. 이 신임 보좌역은 송 신임사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따라 이 부소장 후임으로는 신명찬 설비기술부장이 내정됐다.
안전 관리 부실의 화살이 그룹 전체에 퍼지는 상황에서 업계는 내실 있는 재해 방지 계획을 빠르게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현장 근로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실제 작업자가 안전하게 작업하고 싶어도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폭염에 20분간 휴식을 취하려고 하면 작업 속도가 느려진다는 점에서 윗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런 기본적인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미흡하다면 정부나 기업 측에서 아무리 안전 대책을 세우고, 관련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