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집토스 대표 "창업 10년…AI·데이터 접목해 부동산 거래 챗GPT 될 것"[CEO&Story]

2025-10-15

살 집을 구할 때 발품부터 팔던 시대는 오래전 지났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지역의 매물을 알아본 뒤에야 집을 보러 현장을 찾는다. 부동산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프롭테크’라는 용어도 이제는 신조어라 보기 어렵다. 어느새 열 살을 넘긴 프롭테크 기업 집토스 역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1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속도만큼 방향의 중요성을 깨달은 10년”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재학 도중 우연히 군대에서 공인중개사 시험을 추천받은 이 대표는 시험을 통과한 후 이를 살려 2016년 1월 집토스를 창업했다.

스타트업 창업 후 3~7년을 죽음의 골짜기라고 부른다. 출범 후 3년 차부터 자본 부족, 경험 부족, 유사 서비스 출시 등으로 도태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프롭테크 기업의 투자 유치 금액도 크게 줄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의 2025년 편람에 따르면 2021년 2조 7435억 원이었던 투자 유치 금액은 지난해 2477억 원으로 10분의 1 규모로 급감했다. 건설 경기 불황에 부동산 침체기까지 겹치며 개별 업체는 생존 경쟁에 몰렸다.

집토스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2023년 6월 회사의 사업 모델을 전면 개편했다. 가장 큰 변화는 직영 사업에서 가맹 사업으로의 전환이다. 직접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던 방식에서 각 지역의 공인중개소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바꿨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외형 성장에 집중했지만 지속 가능성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단이다. 직원 수도 크게 줄였다. 이 대표는 “구조조정이라는 힘든 결정도 있었지만 이제 회사는 투자 유치 없이도 스스로 이익을 내는 건강한 재무구조를 갖췄다”며 “서울 내 11곳의 가맹점에서 연간 1만여 건의 중개 거래를 처리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불과 5년 만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5년 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당시에는 빨리 돈 써서 빨리 지표를 만들고 또 그걸로 투자를 받으러 다니는 게 일이었다”며 “1~2년에 한 번씩 펀딩을 받아야 했고 시리즈 B까지는 진행했는데 돌이켜보면 사실상 돈잔치 아니었나 싶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이어 “최근 2~3년간 사업 조정으로 내실을 갖췄고 투자 없이도 계속해서 이익을 내는 회사의 반열에 올랐다”며 “이제 본질을 찾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집토스가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플랫폼을 활용한 재임대(마스터리스)다. 가맹점 관리에 활용하는 SaaS는 가맹 중개사들이 쓰는 일종의 도구인데 고객 상담 내역 등이 녹음돼 공유된다. 직원들이 어떻게 고객을 응대하는지 언제 어떻게 연락을 했는지 지점장이 알 수 있고 다른 직원이 손님을 응대할 때도 그동안의 상담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계약을 진행할 때도 불필요하고 불편한 일들을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표준임대차계약서에는 입지 조건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어느 초등학교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몇 분이나 가야 하는지 모두 기재해야 한다.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일일이 확인하려면 매우 번거로운데 SaaS를 활용하면 직접 걸어가지 않아도 자동으로 계산된다. 중개 보수 등의 매출 증빙에도 활용 가능하다.

외국인 대상 재임대 시장에도 진출했다. K팝 데몬 헌터스 등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유학오거나 한 달 살기를 진행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반면 이들을 위한 부동산 중개 서비스는 부족한 형편이다. 전세제도나 월세의 10배에 달하는 보증금 등은 외국인에게 낯선 만큼 집토스가 괜찮은 매물을 임대한 뒤 이를 다시 외국인에게 재임대해주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현재 70개 호실을 운영 중인데 이 중 60%가 외국인 세입자”라며 “집을 빌린 뒤 고칠 거 고치고 꾸밀 거 꾸민 뒤 단기로 전대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는 월세 보증금 문화가 없는 만큼 보증금 대신 예치금으로 100만~200만 원만 받고 월세를 조금 비싸게 받는다”면서 “계약 기간 역시 2년까지 길게 하지 않고 3개월 단위나 며칠 단위로 유연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외국인 대상 재임대 사업의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고 귀띔했다. 추후 해외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 활동을 진행했던 점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인중개·프롭테크 업계 시각에서 한국 부동산 시장을 바라봤을 때 전 세계 어느 나라와도 구별되는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전세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전세가 한국 부동산 시장을 가장 독특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효과가 커서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정부의 정책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프롭테크 기업에도 전세 제도와 이에 따른 변동성은 가장 큰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데이터 공개는 프롭테크 기업에 한국이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다. 실거래가·건축물대장 등 양질의 데이터가 풍부한 만큼 이를 가공·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집토스 역시 풍부한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하고 소비자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인공지능(AI)이다. 서울대에서 이공계를 전공한 이 대표는 “AI를 활용해 ‘부동산용 GPT’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각종 거래 정보를 학습한 뒤 이를 수요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부동산처럼 비정형적이고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영역에서 AI는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수요자들이 ‘집 구매’라는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을 더 현명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이 집을 지금 이 가격에 계약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부동산용 GPT가 학군·교통·일자리 등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전통적인 요소에 더해 금리·통화량 등의 데이터까지 반영한 답변을 제시하는 식이다. 각 가맹점의 중개사들에게도 AI는 유용하다. 고객에게 최적화된 매물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추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금 아파트 값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데이터를 찾아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하고 DB에 있는 걸로 머신러닝을 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AI와 프롭테크, 공인중개의 결합은 빌라·토지 시장에서 특히 더 큰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어느 정도 가격이 표준화된 대단지 아파트와 달리 빌라나 토지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인데 AI가 개입하면 가격 표준화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우선 AI로 아파트 값을 추정하는 모델을 만든 뒤에는 땅값을 추정하는 모델도 만들어보고 싶다”며 “기존 감평사가 하던 영역을 충분히 AI가 대체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가 가장 많은 영역 중 하나다. 공인중개사 자격을 갖고 있는 그에게 가장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규제가 무엇인지 질문하자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규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악성 허위 매물을 잡는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규제가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바쁘다 보면 준공 연도 등에서 오타를 낼 수 있는데 이런 것도 악성 허위 매물과 같은 과태료를 적용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공인중개사끼리 경쟁 공인중개사를 신고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나아가 정부와 프롭테크 기업 간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부동산 관련 공공데이터가 개방돼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수요를 정부에 전달할 수 있다면 더욱 더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데이터의 갱신 주기를 조금 더 단축하거나 특정 항목을 더 세분화해준다면 국민 편익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양을 넘어 질과 소통을 강화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는 AI와 데이터를 통한 부동산 거래의 지능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집토스는 단순히 집을 중개하는 것을 넘어 매도·매수·임대·임차인 모두 최적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 파트너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모든 시장 참여자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투명한 부동산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