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자산 배분과 TDF

2025-04-15

최근 한국에서도 은퇴자산 마련 수단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투자 상품 트렌드를 넘어 장기 투자에서 자산 배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퇴 준비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 계획이며,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장기 투자에서는 단기적인 수익률보다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 손실 회복 가능성, 안정적인 복리 효과 확보가 더 중요하다. 이 모든 요소의 핵심에 있는 전략이 바로 자산 배분이다.

자산 배분이란 주식, 채권, 대체 자산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자산군에 투자 비중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자산 간의 상관관계가 낮거나 음의 관계일 때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을 낮추고 수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투자 성과에 있어 자산 배분의 영향력은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강조돼 왔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브린슨(Brinson), 후드(Hood), 비보워(Beebower)가 1986년과 1991년에 발표한 논문이 있다. 이들은 미국 연기금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뒤 전체 수익률의 91.5%가 자산 배분 정책에 의해 설명된다고 결론지었다. 종목 선정이나 시장 타이밍보다 어떤 자산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는 자산 배분이 성과의 대부분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발표된 국민연금 기금 운용 성과평가(안)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의 총수익률 변동성 중 전략적 자산 배분이 기여한 설명력은 93.4%에 달했다. 이는 연금 운용 성과의 대부분이 자산 배분 결정에 의해 좌우됐음을 의미한다.

은퇴 자산 운용은 단순한 수익 추구를 넘어 심리적 안정과 손실 회복의 시간 확보 등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이러한 구조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자산 배분이다.

TDF는 자산 배분 전략을 자동으로 설계하고 조정해 주는 ‘라이프사이클 펀드’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초기에는 주식과 같은 성장 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 자산으로 비중을 점차 조정한다. 투자자가 능동적으로 시장 상황을 판단하지 않아도 시간 경과에 따라 위험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시스템이다.

자산 배분은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면서 꾸준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은퇴와 같은 장기 투자에서는 단기 수익률을 좇기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와 회복력 있는 포트폴리오 설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

TDF의 확산은 단순한 투자상품의 유행이 아니라 자산 배분이라는 투자 철학이 점차 널리 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은퇴를 준비하는 투자자라면, 이제는 수익률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산 배분이라는 투자 원칙을 기반으로 한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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