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여름 5세대 상품 출시를 목표로 ‘실손의료보험’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우리나라는 5명 중 1명이 만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실손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배경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손 적자는 2023년 기준 1조9738억원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불필요하게 이뤄지는 도수치료 등 일부 비중증·비급여 치료가 적자의 원인으로 꼽히며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이를 ‘관리급여’로 지정하고 본인부담금을 높여 정말 아플 때 이용하는 진료를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실손을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을 5세대 실손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가입시기별 상품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경우에 5세대 상품으로의 전환이 유리한지 살펴본다.
◆1∼4세대 상품별 특징은=실손은 판매시기에 따라 1∼4세대 상품으로 나뉘며 보장범위, 재가입주기, 자기부담률 등이 각각 다르다.
상품별로 특징을 살펴보면 초기 1·2세대는 3·4세대에 비해 자기부담률이 없거나 낮은 편이고 보장범위가 넓다. 게다가 약관에 재가입주기가 없어 예를 들어 100세 만기로 가입했다면 평생 1·2세대 상품으로 실손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료가 비싸지만 나이가 든 이후에 실손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생각에 유지해온 가입자들이 많다.
2세대 후기(2013년 이후)와 3·4세대 약관부터는 재가입주기가 있어 가입 후 5년 또는 15년이 지난 뒤 5세대로 재가입해야 한다. 자기부담률도 1·2세대 초기보다는 최대 30%까지 올랐다.
◆내년 나올 5세대 상품 특징은=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내놓은 5세대 실손 개선 초안의 핵심은 경증 환자의 의료비 자기부담률을 대폭 상향한다는 점이다. 초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누고, 중증 비급여만 실손으로 보장하도록 했다. 중증 질병·상해는 암, 뇌혈관·심장 질환, 희귀성 난치 질환 등이 해당된다. 경증 비급여의 연간 보장 한도는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이고, 본인부담금은 최대 50%까지 높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보험료가 월 7000원대로 기존보다 저렴해지고, 임신·출산이 보장범위로 들어간다는 것은 장점이다. 5세대는 내년 6월 이후 출시할 계획이다.
◆5세대 갈아타기 누구에게 유리할까=실손 개혁안 초안이 나오자 정부와 보험업계, 의료계와 소비자단체 등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체로 보장이 줄어든다는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룬다.
흔히 1·2세대 실손이 자기부담률이 적고 보장범위도 넓기에 기존 가입자는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무리하게 유지하기보다는 갈아타기가 나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개인별·상황별로 꼼꼼히 분석해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
아직 만기가 많이 남았고 높은 보험료가 부담되거나, 비중증 치료를 받는 일이 극히 드물다면 5세대 전환을 고려할 만하다. 실손 계약 재매입에 따른 인센티브 등이 거론되고 있어 1·2세대 실손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할 땐 보상금도 나올 전망이다.
새로운 실손으로 갈아타는 것이 본인에게 이득인지 알아보려면 ‘실손의료보험 계약전환 간편계산기’를 이용하면 된다. 의료이용량 등을 입력하면 상품 전환이 유리한지, 아니면 기존 상품 유지가 유리한지 구체적인 수치를 산출해 비교해준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운영하는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박아영 기자 aa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