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계엄 국면서 실종된 ‘학생회 깃발’···한때 ‘민주화 상징’이던 대학가는 왜 위축됐나

2025-12-04

지난해 말 19개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 조직

해 넘기자 시들···오히려 캠퍼스는 ‘극우’로 홍역

팬데믹에 문화 단절···피로 속 ‘탈정치’ 요구 커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불법계엄을 선포하자 대학교 학생회도 ‘오랜만에’ 활발하게 움직였다. 학생총회가 열리고 규탄 입장과 탄핵 촉구 성명이 나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개 대학 총학생회 등이 ‘비상계엄 대응을 위한 전국 대학 총학생회 공동행동’을 조직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활동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지는 않았다. 계엄 이후 범시민사회가 조직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에도 일부 학생운동 단체만 참여했다. 이미 대학가에서 ‘민주화운동’은 옛말이 된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과거 학생운동 상징으로 여겨지던 ‘학생회 깃발’은 줄었고, 되려 캠퍼스로 넘어든 극우적 주장에 내홍을 겪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9년 전과 비교하면 대학가 학생운동의 위축은 확연히 드러난다.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이 드러나면서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대학 100여곳에서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전국 39개 대학 총학생회와 17개 대학생단체 등이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를 결성해 집단적 대응에 나섰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시위에서 불린 ‘다만세(다시만난세계)’는 박근혜 정부에 대항하는 상징적인 노래가 됐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도 다시 소환됐다.

위축된 대학가의 움직임은 ‘극우적 음모론’ 확산과 연관돼 있다.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음모론이 캠퍼스 안으로까지 들어서면서 ‘반반싸움’ 양상이 벌어졌다. 소규모 학생 모임 등을 중심으로 학내 시국선언이 조직됐지만 건국대·서강대 등에선 맞불 극우집회가 동시에 열려 마찰로 이어졌다. 지난 2월 고려대·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선 극우 유튜버 등 외부인이 학내 집회에 난입해 학생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당시 서울대 학교본부는 그간 금기처럼 여겨지던 ‘캠퍼스 내 경찰 투입’ 요청을 검토했고, 이화여대에선 ‘신남성연대’ 등 극우단체의 학내 난입·폭력 행사에 교목실장·교직원들이 스크럼을 짜 학생들을 보호해야 했다.

‘자유대학’ 등 극우 대학생·청년 단체가 이 국면에서 조직됐다. 충북대에선 극우 유튜버의 학내 탄핵집회 난입·폭력사태 연루 의혹을 받던 후보가 최근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대학가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한 활동가는 “전에도 ‘학생자치가 어렵다’는 말은 늘 나왔지만 지금의 대학은 이전과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라고 말했다.

두 탄핵 사이에 있었던 코로나19 범유행은 학생회 등 대학문화 자체를 사라지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상 폐쇄됐던 캠퍼스에서 2020년 서울 20개 대학 중 11곳은 총학생회를 구성조차 못했다. 연이은 총여학생회 폐지 등은 여성 혐오를 동반한 극우적 주장이 들어설 틈을 열었다.

탄핵 국면에서 거듭된 학내 갈등은 학생들에겐 정치적 피로감을 남겼다. 이는 대학가의 ‘탈정치’ 요구로 다시 이어졌다. 고려대 여학생위·소수자인권위는 지난 5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징계성 합병’ 됐다. 탄핵 집회 참가 등 ‘지나친 외부 정치활동’이 사유였다. 고려대 여위 전 관계자는 “(학내 갈등이) 정치적 무관심이나 탈정치 요구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학내 기구는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처럼 여겨지고 학내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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