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상공에 헬리콥터 3대가 나타났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이 경찰이 막아선 문을 피해 담을 넘어 국회로 간신히 들어갔고 무장한 계엄군은 국회 본청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바람 앞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던 이날 밤,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몰려들었다. 계엄군의 차량을 몸으로 막아섰고 총칼 앞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살아남았다.
1년 전 불법계엄으로 아수라장이 됐던 국회 앞에 3일 시민들이 다시 모였다. 최저 영하 11도 한파 맞서서 은박 담요를 두른 ‘키세스 부대’가 간이방석을 깔고 앉았다. 지난 계엄·탄핵 정국에서 주목받은 ‘응원봉’도 다시 등장했다.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합니다”란 영상이 상영되자 시민들은 응원봉을 힘차게 흔들었다. 곁에선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시민들에게 따뜻한 어묵을 나눠주며 기쁨을 함께했다.
이날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시민들은 국회대로 8개 차선 모두를 500m 넘게 가득 채웠다. 참여자들은 1년 전 그날 밤을 떠올리며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노연수씨(40)는 1년 전 ‘아들이 내일 학교 갈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면서 주변에 연락을 돌렸다. 노씨는 “국회로 나갔다가 총칼을 든 국인들과 거리에서 맞닥뜨리게 될까 봐 고민이 많이 됐다”면서 “아들은 옆에서 ‘계엄이 뭐냐’고 묻고 있는데, 아이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노씨는 지난겨울을 광장에서 아들과 함께 보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미혜씨(39)는 “집 근처에 군부대가 있어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면 일 년 전 계엄이 생각나고 공포감이 든다”며 “계엄 당시엔 어처구니가 없어 분노했고 지금은 내란이 청산되지 않고 사건 관련자들이 다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은 시민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시간이 됐다. 서울 강북구 사는 노영옥씨(65)는 “탄핵 집회에서 젊은 세대들이 응원봉을 가지고 오는 거 보고 희망을 가졌다”면서 “기특하고 현명한 세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가가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고 말했듯 과거가 우리를 살리고 현재가 미래를 살릴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온 민지환군(17)은 “나에게 민주주의란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며 “아직 미성년자라 정치 참여의 기회가 없었는데 계엄 이후로 정치에 관심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응원봉을 흔들고 있던 김지후군(14)은 “즐거운 마음 반, 비장한 마음 반을 갖고 나왔다”면서 “저에게 민주주의는 시민 그 자체로 우리를 지켜주는 도구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지켜온 시민들은 이제 새로운 민주주의를 꿈꾼다. 유용찬씨(26)는 “헌법을 준수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정치적으로 극단화된 상황이 해소되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공론장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 사회자는 “지난 1년 광장에서의 모든 시간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면서 “국회엔 여전히 내란 공범들이 출근하고 법원은 관련자들에 대해 무더기 영장 기각하는 등 아직 온전한 봄 찾아들지 못했다”면서 “광장의 열망이 다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함께 “주권자 시민의 명령이다. 내란세력 완전히 청산하자”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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