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침체기에도 30대 초반(30~34세) 여성의 고용률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을 완화할 신호라는 측면에서는 반길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저출생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려점이 적지 않다. 통상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취업과 출산은 반비례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30대 초반 여성의 고용률은 지난해 73.5%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고용률은 2013년의 56.7%와 비교하면 11년 만에 16.8%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고용률을 보여온 25~29세 여성(74.5%)을 올해 앞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30대 초반 여성의 높은 고용률은 저출생 완화 측면에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확대 공표 주요 결과를 보면 30대 절반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가장 높은 30대의 미혼율이 51.3%였다. 여성의 초혼 연령과 출산 연령 모두 점점 늦어지고 있다. 다른 통계청 분석을 보면 2013년 29.6세였던 초혼 연령은 2023년 31.5세로 늦춰졌다. 같은 기간 30.7세였던 첫째 아이 출산 연령도 33세까지 밀렸다. 최근 인크루트가 직장인 653명을 대상으로 결혼 여부를 물은 결과 여성 직장인의 75.3%가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고용률과 같이 쓰이는 경제활동 참가율에서도 30대 초반 여성 고용률의 ‘이면’을 봐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 적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23년 10월 발표한 ‘30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현상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2010년대 이후 빠르게 늘어난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자녀 유무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이를 위해 1983~1987년생 여성이 30대 초반이 된 2017년과 1988~1992년생이 같은 나이대에 도달한 2022년을 비교했다. 그 결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5년간 8.8%포인트 오르는 과정에서 유자녀 여성의 비중 감소(5.3%포인트) 기여도가 유자녀 여성의 비중 증가보다 더 컸다. 결혼을 해 아이를 낳지 않은 30대 여성이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주요 역할을 했다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
30대 초반 여성 고용률의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의 일터다. 결혼·출산·육아의 어려움 속에서 사회에 진출하더라도 여성은 높은 벽을 마주한다.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이 올 1월 13~31일 일반인 109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채용부터 업무 배분, 승진, 임금, 성희롱까지 전 항목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그렇지 않다는 인식보다 높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30대 초반 여성 고용률이 높은 배경에는 30대 초반 혼인율이 급격하게 낮아진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