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수입 11배 폭증…국내 생산기반 위협

2025-03-25

양배추 수입량이 전년 대비 11배 증가하는 등 주요 엽근채소류 수입량이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을 4월말까지로 연장한 데 이어 최근 중국산 신선 배추·무를 직접 구매하는 등 수입량 확대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이대로 가면 단기적으론 5월 주요 엽근채소의 값폭락이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론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배추 경락값 11% 오를 때…수입량 1031% 폭증=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두달간 국내에 들어온 양배추(9412.3t)는 지난해 같은 기간(832.2t)과 견줘 1031% 늘었다. 무·배추도 전년 동기 대비 수입량이 급증했다. 무는 1∼2월 동안 5268.1t이 수입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1916.0t)보다 175.0% 많았다. 지난해 1∼2월 한포기도 수입되지 않았던 신선 배추는 올들어 두달간 2507.8t 수입됐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고공행진 중인 엽근채소류 시세로 인해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지에선 가격 상승폭에 비해 수입량 증가폭이 너무 커 심히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24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양배추는 8㎏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 1만234원에 거래됐다. 전년 3월 평균(9212원)보다 11.1% 높다. 가격은 전년 대비 10%대 올랐지만 수입량은 11배 늘어난 것이다.

무·배추도 유사하다. 24일 무 경락값은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2만7264원을 기록했다. 전년 3월(1만2915원)보다 111.1% 올랐지만 수입량 증가폭(175.0%)보다는 작다. 같은 날 배추 시세는 10㎏들이 상품 한망당 1만3914원이었다. 전년 3월(1만987원)보다 26.6% 높다.

전년 대비 엽근채소류 값이 일제히 상승한 배경으로는 이상기상이 지목된다.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이상고온으로 생육 초기에 고사한 물량이 많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부 수입정책에 시장 혼란 가중…5월 값폭락 설도”=산지·유통업계에선 정부 수입정책이 득보다 실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책 추진 시기가 산지 출하철과 어긋나면서 가격은 잡지 못하고 생산기반만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1월 무·배추·양배추에 적용하는 TRQ을 4월말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더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7일 중국산 신선 배추·무를 각각 450t·360t 직접 구매했다. 민간업자가 수입해온 배추·무를 aT가 사들여 비축해뒀다가 도매시장에 풀기 위한 용도다.

가락시장의 한 유통인은 “정부가 구매한 수입 농산물이 공영도매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시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며 “산지에 대해선 값안정 차원에서 조기출하를 유도하니 결구가 덜 된 농산물이 시장에 나오고, 출하 끝물에서는 공급량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5월 엽근채소 대란 설’도 쏟아지고 있다. 김학종 제주양배추연합회장은 “현재 TRQ 정책은 정부가 나서 일부 수입업자 배만 불리는 격”이라며 “더욱이 2025년산 봄양배추 재배면적이 전남뿐 아니라 제주지역에서도 크게 늘어 5월 이후론 양배추값 폭락이 우려될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무·배추·양배추 모두 봄작형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20% 이상 껑충 뛰었다”며 “4월말까지 들어온 TRQ 물량이 통관 등 수입 절차를 거치면 5월 중순 이후 시장에 풀릴 텐데, 이는 노지 배추·양배추 출하가 시작되는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과도한 수입으로 5월 이후 엽근채소 가격이 폭락하면 국내 생산기반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서효상 기자 hsse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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