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피격 당시, 그의 목숨을 구한 의사 조셉 지오다노가 최근 별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84세. 아들 크리스토퍼 지오다노는 부친이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지난달 24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연설 직후 총을 맞고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의료진에 "제발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라고 말해달라"며 수술을 잘해달라고 농담을 건넨 일화는 유명하다. 이때 "오늘은 우리가 모두 공화당원이다"고 답한 이가 지오다노 박사다.
WP는 레이건 암살시도가 벌어지기 몇 년 전, 지오다노 박사가 조지워싱턴(GW)대 병원 외상센터 개편을 주도했는데 이때 개편이 레이건 대통령의 목숨을 구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지오다노는 1973년~1976년 월터리드 육군 의료센터에서 근무하다가 1976년 GW대 병원에 부임했다. 그의 첫 임무는 응급센터 개편이었다.

그는 시설·장비, 구급차·인력 배치, 응급 의료팀 업무절차 등을 꼼꼼히 챙겼다. 1979년 미국외과학회는 GW대 병원을 1등급 외상센터로 인증했다. WP는 "1981년 가장 긴급한 환자(레이건 대통령)가 들어왔을 때, 이런 준비가 매우 중요했음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미국 외과학회 회장을 지낸 안톤 시다위는 WP에 "레이건 대통령을 수술할 때 지오다노 박사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같았다"고 묘사했다.
큰 수술을 앞둔 대통령을 안심시키려 "우리 모두 공화당원"이라고 했지만, 사실 지오다노 박사는 '그날만' 공화당원이었다. WP는 지오다노가 민주당 지지자였으며 레이건 행정부의 저소득층 지원 삭감에 반대했었다고 보도했다. 정치색은 달랐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회복 기간에 지오다노와 서신을 여러 차례 교환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우유배달원의 아들로 태어나 외과 의사가 된 지오다노 박사의 삶이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라고 자주 언급했다.
지오다노는 1941년 6월 22일 저지시티에서 태어나 인근 뉴저지주 유니언시티에서 자랐다. 이탈리아 이민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우유 배달부였다. 가족 중 대학에 들어간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GW대 병원에서 외과팀을 이끌면서 의학 논문 수 백편을 썼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0년 은퇴 후엔 과테말라 시골에서 외과수술을 해주는 봉사단체 '수술을 위한 파트너' 이사회에 합류해 일했다. 레지던트 시절에도 아이티와 온두라스에서 의료봉사를 했던 그였다.

GW대 병원은 인본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의술을 베푼 의대생이나 레지던트에게 지오다노의 이름을 딴 상을 매년 수여한다. 지오다노는 과거 인터뷰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암살 직전까지 갔던 상황에서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기뻤다"면서도 "저는 많은 환자를 위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의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아내와 51년간 결혼생활을 하며 아들 셋과 손주 8명을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