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도 예술적으로…라벨에 김환기·하정우 그림 붙이니 '불티'

2024-09-15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하정우 와인, '오픈런'(물건을 사려고 영업시간 개시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것)해서 구매했어요." 유통업계가 최근 위스키와 하이볼 등의 주류가 유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와인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이 화가나 연예인, 게임사 등과 협업해 선보인 색다른 라벨의 와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일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작가와 대표작인 '우주'를 레이블에 담은 와인을 3천병 한정으로 선보여 1차 물량인 300병이 판매 첫날 완판됐다고 밝혔다.

주문 예약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다음 달 7일 입고 예정인 2차 물량 2천700병 중에서도 현재까지 600병가량이 예약 판매됐다.

'우주'는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역사상 최고가인 132억원에 낙찰된 작품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협업 와인을 선보이기까지 1년여 간의 논의를 거쳤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와인과 예술작품이 공통으로 가진 희소성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협업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닌 상품에 이야기를 덧붙여 백화점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선물 상품을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트 와인'을 종종 선보이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이달 중순 와인 애호가로 알려진 배우 하정우의 그림을 라벨에 넣은 와인 '콜 미 레이터'를 정식 출시한다.

정식 출시에 앞서 지난달 17일 챌린지스토어점, KT강남점 등 30개 점포에서 선판매했는데 출시 시간에 맞춰 와인을 사러 온 고객들이 편의점 밖에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온라인에는 번호표를 받고 기다린 끝에 와인을 구매했다는 인증 글도 올라왔다.

1인당 최대 한 병만 판매했지만, 이날 30개 매장에서 30분도 되지 않아 초도 한정 물량이 완판됐다고 세븐일레븐은 밝혔다.

일명 '하정우 와인'으로 불리는 콜 미 레이터는 뉴질랜드 와이너리 그룹 마틴보로 빈야드가 제조한 러시안 잭 소비뇽 블랑으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다.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제품은 라벨에 하정우가 영화 촬영차 떠난 모로코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을 붙였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아트슈머(소비를 통해 문화적 만족감까지 충족시키는 소비자층)를 공략하고자 다양한 상품에 예술을 접목하고 있다"며 "아트와인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주목받고 희소성이 있어 개인 소장이나 지인 선물로도 높은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작품과 와인을 결합한 차별화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편의점 CU는 가을·겨울철을 겨냥해 글로벌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롤플레잉게임 디아블로IV 협업 와인을 출시했다.

협업 와인은 뉴질랜드의 생클레어 와이너리에서 제조한 것으로 '데몬스 블러드 피노누아'와 '엔젤스 티어스 소비뇽블랑' 2종이다.

디아블로IV 세계관 속 상징적인 존재인 릴리트와 이나리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와인 케이스와 게임팬들의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내세웠다.

이 와인은 국내외 게임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출시 열흘 만에 준비 수량의 30%가 팔려나갔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주류 소비 동향에 맞춰 소장 가치 높은 이색 협업 와인을 출시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산업과 협업해 이색 제품들로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era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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