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절치부심' 허영인 SPC그룹 회장, 글로벌 사업 속도낼까

2024-09-17

[비즈한국] 부당노동행위 지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구속 5개월 만에 석방됐다. 허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그가 진두지휘했던 SPC의 글로벌 사업에 다시 가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인다.

#Character(인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1945년 5월 17일 황해도에서 태어났다. SPC 창업주인 고 허창성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1968년 성남고등학교 졸업 후 경희대 경제학과에 입학했고, 1972년 졸업했다. 제빵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허 회장은 1981년 미국 제빵학교(AIB)로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이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막내고모인 이미향 씨와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아버지인 허창성 창업주는 그가 태어나던 해부터 ‘상미당’이라는 제과점을 운영했다. 그 덕에 허 회장의 삶에는 늘 ‘빵’이 함께했다. 빵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대학 진학 후 중고차를 구입해 빵이 맛있다고 소문난 곳을 찾아다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10년 KBS에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방영돼 인기를 끌자, 드라마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 허 회장이라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제빵왕 김탁구는 주인공이 맛있는 빵을 굽는 방법을 배워 가업을 이어받아 성공하는 스토리다. 이후 허 회장에게는 ‘제빵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대외활동, 인터뷰 등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Career(경력)

1969년 삼립식품에 입사해 현장 경험을 쌓고, 1982년 한국인터내쇼날식품(현 샤니)의 경영을 맡았다. 1985년 미국 던킨그룹과 손잡고 비알코리아를 설립했고, 1988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1986년에는 서울 반포동에 프랑스풍 고급 빵 콘셉트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크라상을 선보였고, 1988년 파리크라상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를 론칭했다. 1993년에는 던킨도너츠를 국내에 들여와 화제가 됐다. 형인 허영선 회장이 이끌던 삼립식품이 1997년 부도를 맞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허 회장은 2002년 삼립식품을 인수했고, 2004년 SPC그룹을 출범했다.

#Capability(역량)

업계에서 허 회장은 ‘프랜차이즈의 제왕’으로 불린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은 작은 빵 공장 하나가 전부였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SPC를 국내 최대 제빵회사로 키웠다. 파리바게뜨는 프랜차이즈 제과점 1위로 전국 매장 수가 3400개에 달한다. 배스킨라빈스 매장 수는 1700여개, 던킨은 7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SPC삼립은 2022년 매출이 3조 3145억 원을 기록하며 ‘3조 클럽’에 입성했다. 지난해에도 3조 433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3조 원대 매출 규모를 이어갔다.

허 회장은 SPC그룹을 외식사업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016년 미국 햄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을 국내 들여온 것이 대표적이다. 쉐이크쉑은 현재 국내 매장 29곳을 운영 중이며 지속적으로 점포를 늘려나가는 중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사업 운영권을 획득해 해외 매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Critical(비판)

허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SPC의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허 회장은 지난 4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허 회장이 2019년 7월부터 2022년 8월까지 SPC계열사인 PB파트너즈 소속 제빵사에게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탈퇴를 종용했다고 판단했다. 민주노총 노조원에게는 승진 불이익을 주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이어갔고, 황재복 SPC 대표는 사업부별 탈퇴자 현황을 허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회장에게 수차례 출석 요구를 했으나 불응했고, 이에 허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구속 5개월 만인 지난 12일, 법원이 보석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허 회장은 석방됐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주거 제한, 보석보증금 1억 원, 공판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사건 관계자 접촉 금지 등을 내걸었다.

허 회장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배임)로 기소된 바 있다. 2012년 파리크라상, 샤니가 보유한 밀가루 생산 계열사인 밀다원 주식을 적정가액(검찰 추산 1595원)보다 낮은 255원에 삼립에 판매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총수 일가에 부과될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라 판단했으나, 재판부는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달 13일 검찰은 허 회장의 2심 승소에 불복해 상고했다.

SPC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허 회장의 책임경영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SPC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작년에는 샤니 제빵공장에서 빵 반죽 기계에 근로자가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SPC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허 회장은 연이은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Challenges(도전)

지난 4월 허 회장의 구속으로 SPC의 글로벌 사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해외 사업에 대한 허 회장의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은 각종 규제로 인해 성장성에 한계가 온 상황이다.

허 회장은 2030년까지 해외 사업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파리바게뜨 해외 진출을 20개국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허 회장이 보석 석방됨에 따라 SPC가 글로벌 사업 확대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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