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빈 방일과 한·일 신선언 기대

2025-09-14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양국은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한·일 관계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순조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이 대통령의 방일은 우리 대일외교에 세 가지 과제를 남겼다.

첫째, 한·일 관계의 미래비전을 담은 새로운 공동선언의 채택이다. 이 대통령은 방일에 앞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잇는 새로운 선언을 추진하고 싶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한·일 관계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1998년에 양국 정상은 과거사와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정치·안보·경제·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위한 행동계획을 제시했었다.

한·일 미래비전 담은 새 선언 필요

22년 된 국빈 방일 함께 추진해야

일본 주도 CPTPP 가입 서두르길

이재명 정부의 신선언 추진의 배경에는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공동선언이 빛이 바랬다는 점 외에, 국제질서와 한·일 관계의 구조 변화가 있다. 1998년 당시 한국은 탈냉전과 세계화 속에서 ‘IMF 사태’ 극복을 위해 일본과의 협력이 절실했다. 지금은 미·중 관계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협력이 필요한 때다. 한·일의 국력 차이는 줄어들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상호인식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신선언은 1998년 선언의 원래 취지를 되살리고, 한·일 관계의 전략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 이 대통령의 국빈 방일이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이후 20년 이상 한국 지도자의 국빈 방일은 없었다. 이는 “앞마당을 함께 쓰는” 국가 간에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양국이 신선언 추진에 합의한다면, 이 대통령의 국빈 방일이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국빈 방일은 일본 국왕 즉, 천황의 초청을 받아 방문하는 행사여서 외국 정상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이 대통령의 국빈 방일은 한·일 관계의 정상화를 상징하는 사건이 될 것이다.

셋째, 한국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이다. 미·중 패권경쟁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인식시켰다. 최근 경제계를 중심으로 한·일 경제공동체 논의가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은 고율 관세를 무기로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추격하면서 글로벌 무역질서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재편되고 있다. 일본은 4조2000억 달러의 경제력을 가진 성숙한 시장으로, 우리와 같이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CPTPP 가입은 한·일 공동시장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최근 일본은 우리의 CPTPP 가입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동아시아와 태평양 연안국 간에 경제협력기구의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했고, 지난 3일 정부는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CPTPP는 관세 철폐는 물론 디지털, 지식재산 등 무역 전반에 걸친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본·호주·영국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CPTPP에 가입하면 사실상의 한·일 FTA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양자 기술, 수소 에너지 등과 같은 첨단 산업 협력은 물론 희토류 등의 공급망 구축, 청년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 지원 등에서 효율적인 공동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관광 등 민간 교류가 활성화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문제는 일본의 국내정치 변수다. 한국에 우호적인 이시바 총리가 사임을 공식화하면서다. 후임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일 관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치지형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대로 한·일 협력의 의제와 일정에 대해 조속한 정부 간 협의가 중요하다.

한·일 양국은 지배-피지배, 선진국-개도국의 관계를 지나 국제정치의 주요 행위자로서 지역과 세계질서를 함께 논의하는 파트너 관계로 진입했다. 국교정상화 60주년인 올해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고, 이 대통령 스스로 신정부의 대일외교 방향과 기준을 설정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들 세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역대 정부의 한·일 관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김대중 정부의 외교적 유산에 필적하는 업적이 될 수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리셋코리아 한일관계 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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