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는 전두환 신군부가 1980.5.17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집회·시위를 일절 금지한 상황에서 한신대 학생들이 같은 해 10월 8일 교내에서 ‘5·18 진상규명 시위’를 벌이자 관련 학생들을 형사처벌하고(146명 연행, 8명 구속), 2년간(1981년~1982년) 신학과 신입생 모집중지 조치를 강제했음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신대 동문들은 지난 2021년 12월 6일자로 ‘진실화해위원회’에 이 사건의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3년여 동안의 조사 기간을 거쳐 마침내 진실규명됐다.
‘진실화해위원회’ 보도자료(2025.1.14.자) 등에 따르면, ‘전두환 신군부는 당시 대학가 시위를 막기 위해 국군보안사령부가 작성한 <’80하반기 학원대책>을 운용했으며, 이 문건에 따라 한신대 5·18 진상규명시위에 대해 ‘대학 개강 후 최초의 문제제기 학교’로 ‘일벌백계 치죄의 표본’ 방침을 적용해 대통령이 엄중 조치를 지시했고 국군보안사령부, 국무총리, 문교부 등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한신대 폐교, 관련 학생의 삼청교육대 강제 입소 조치 등을 검토했다.
결국 ‘신학과 신입생 2년간 모집중지를 강제했고, 이로 인해 한신대는 1981년부터 1982년까지 신학교육을 임시편성 운영했으며, 기존 신학교육의 내용, 그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 편성 등 자주적 학사 운영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신대 신학과 모집중지는 “전두환 신군부가 5․17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로 인한 폭동 행위를 유지 또는 강화하기 위하여 취하여진 조치(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판결)로서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며, 헌법이 보장한 ‘학문의 자유’, ‘교육받을 권리’,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한다”고 ‘진실화해위원회’는 밝혔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국가는 한신대와 한신대 학생들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한신대 강성영 총장은 “1980년 10월 8일 한신대 서울캠퍼스 예배실에서 5·18 민주화운동 때 희생당한 2학년 학생 ‘故 류동운 추모예배’를 드리고 함께 항의 시위를 했다.
이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학가 최초의 시위였고, 경찰은 대학에 진입해 학교에 나온 학생들을 전원 연행했다. 그때 당시에는 ‘전두환이 학교를 폐교시킨다’는 소문이 공공연했다.
전두환 신군부의 지시를 받은 행정 관료들은 한신대 종합화 계획을 멋대로 조작하면서 분교 설치, 지방으로 대학 이전 등을 획책했음이 드러났다.
불의한 정권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한신대 신학과 학생을 모집중지하고, 당장 다음 해 3월부터 서울캠퍼스(현 강북구 수유동)가 아니라 건물(강의실)도 없는 경기캠퍼스(당시 경기도 화성군 오산읍 양산리 411번지)에서 수업하라는 것은 대학을 강제 이전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늦게나마 국가가 부당하게 모집 중지시켰음이 밝혀진 만큼 이제라도 그간의 상처와 고통을 회복해주는 조치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당시 한신대 81학번 최대욱 목사(동녘교회)는 “모집중지로 인해 우리 81학번 동기들은 신학과가 아닌 ‘철학A과’로 입학해 폐공장을 빌린 임시교사에서 첫 학기를 보냈고, 신학교육이나 목회자훈련 어느 하나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철학과목 42학점을 강제로 이수해야 했다.
이렇게 81, 82년에 입학한 신학생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강의실뿐만 아니라 학교의 기본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고, 원거리 통학에 시달리며 교수님들이나 동료 학생들 간의 만남과 교류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무척 불행한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다.
국가폭력에 의한 이 상흔은 44년 동안 여전히 그대로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 모든 것이 국가폭력에 의한 것임이 밝혀져 다행이고,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대로 국가가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82학번 이훈삼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무)는 “전두환 신군부의 잔인한 폭력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한신대 학생들의 십자가 행진에 ‘신학과 강제 모집중지’로 보복했다.
이로 인해 ‘철학A과’로 입학해서 신학과에서 받아야 할 에큐메니칼 신학이나 목회자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대신 강제로 철학 과목을 이수해야만 했다. 결국 졸업할 때 신학사가 아닌 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신학 공부와 교육에 큰 타격을 받아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고, 한신 공동체 전통이 단절되고 한신 신학이 크게 손상됐다.
이제라도 국가는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신대는 “국가 권력에 의한 부당한 조치와 피해가 확인된 만큼,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국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대학과 피해 학생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적극적인 피해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우리 역사에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앞으로 국가의 사과 요구와 피해 보상 등을 요청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지명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