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자연재해와도 같던 싹슬이 2루타 3실점을 극복하고 연패를 끊었다. 황재균이 7년 만에 만루홈런을 때렸고, 김민혁이 3타점 2루타를 때렸다.
KT가 22일 잠실에서 두산을 13-8로 꺾었다. 20, 21일 SSG에 당한 2연패에서 벗어났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초 선제 2득점 했지만, 2회말 바로 5실점 했다. 김민석에게 적시타, 정수빈에게 기습적인 스퀴즈를 허용해 2점을 내주고 동점을 허용한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2사 만루에서 KT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두산 제이크 케이브를 상대로 평범한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그대로 이닝이 끝나는게 너무나 당연한 상황이었는데, 해질무렵 잠실 하늘이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KT 중견수 드류 스티븐슨이 저녁 하늘에 가린 공을 시야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KBO 입성 이제 보름여인 스티븐슨 입장에선 난생 처음 겪는 저녁 7시 잠실 하늘이었다. 스티븐슨은 결국 공을 잡지 못했고, 순식간에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지난 2경기 패배로 그러잖아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KT로서는 하늘마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KT는 3회초 바로 추격점을 올리며 좋지 않던 흐름을 수습해 냈다. 3-5로 근거리 간격을 유지했고, 5회초 황재균의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2사 만루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두산 2번째 투수 최원준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잠실 왼쪽 담장을 넘겼다. 맞는 순간 비거리는 충분해 보였고, 각도만 문제였는데 아슬아슬하게 파울 폴 안쪽으로 들어왔다.
최근 7연승을 달리던 두산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5회말 선두타자 강승호가 다시 따라가는 홈런을 쳤고, 안재석이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두산은 6회말 케이브의 적시타로 기어코 재역전에 성공했다.
두산의 8-7 1점 리드가 이어지던 8회초 다시 경기가 요동쳤다. KT 선두타자 장성우가 볼넷을 골라냈고, 직전 타석 만루홈런을 친 황재균이 다시 안타를 때렸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이강철 KT 감독은 번트를 위해 대타 조대헌을 투입했다. 조대헌은 1루 방면 완벽한 보내기 번트로 제 역할을 완수했다. 1사 2·3루에서 오윤석이 몸에 맞는 공으로 비어있던 1루까지 꽉 찼다.
8회초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라온 두산 박치국이 조대헌의 희생 번트 외에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만루 위기에 몰렸는데, 타석에는 좌타자 김민혁이 들어섰다. 두산 벤치는 좌투수 고효준 투입을 고민하다 박치국을 한 번 더 믿기로 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김민혁은 박치국과 끈질긴 승부를 벌인 끝에 7구 바깥쪽 체인지업을 잡아당겼다. 타구가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면서 KT가 3점을 추가하고 10-8로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두산은 뼈아픈 3타점 2루타를 헌납한 뒤 고효준을 올렸지만, 이미 흐름을 빼앗긴 뒤였다. 적시타만 3개를 더 허용하며 3점을 더 내줬다. 직전까지 팽팽하던 승부가 단번에 KT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KT는 8회 이상동, 9회 우규민을 올려 경기를 매듭지었다.
이날 전까지 단독 5위였던 KT는 연패를 끊고 승률 5할을 회복했는데도 순위는 오히려 반 보 후퇴한 공동 5위가 됐다. 7위였던 NC가 창원에서 롯데를 11연패 수렁으로 밀어 넣으며 KT와 같은 승률 5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