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만허와 연정-수행자 부녀(父女)의 봄···치매가 찾아온 만허 스님 돌보는 연정 스님

2025-05-04

오는 5일부터 9일까지 매일 오전 7시 50분 KBS1 ‘인간극장’은 수행자 부녀(父女)의 봄을 그린 ‘만허와 연정’이 방송된다.

충남 천안 작은 절에서 두 스님을 만났다. 아흔을 훌쩍 넘긴 노스님과 예순셋 비구니 스님, 연정 스님. 예불을 드리고, 도량을 가꾸다가도 만허 스님(94)을 돌보는 연정 스님(63). 그런 연정 스님이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만허 스님은 눈물을 흘리며 찾는다. 불가의 연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사실, 부녀지간이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절에 의탁해 살다 태고종으로 출가한 만허 스님. 결혼하고도 수행이 허락된 태고종 승려였기에 결혼해 4남매를 키우며 평생 도량을 일구고, 수행했다.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스님이었다는 막내딸은 아버지처럼 수행자로 살겠노라며 서른 무렵 출가했다.

그 후,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해 온 두 스님. 20년 전, 연정 스님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인 대웅전 불사를 돕기 위해 만허 스님 곁으로 왔다. 그렇게 20년 동안 땅을 파고 기둥을 세워 평생의 염원이었던 대웅전을 다 짓고 나니 어느덧 아흔넷. 작년 가을, 만허 스님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속가의 연이 불가로 다시 이어진 두 스님, 만허와 연정, 몇 번의 봄날을 더 함께할 수 있을까. 피와 살을 내준 아버지이자, 불가로 이끌어준 스승이다. 그 은혜를 어찌 다 갚을까. 만허와 연정, 두 스님의 특별한 인연을 통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 아버지를 위한 딸의 지극한 밥상

아버지와 딸, 두 스님은 속가의 연과 부처님의 제자라는 두 인연을 이어왔다. 딸이 수행에 정진할 수 있도록 만허 스님은 도량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하셨다. 나무를 심고, 도량 비질을 하고, 텃밭 농사를 손수 다 지으셨다. 그런 만허 스님이 몇 년 전부터 기력이 쇠해지시더니 작년 가을 치매가 찾아왔다.

막내딸을 유난히 귀히 여기셨던 아버지, 절 뒷산에서 쑥을 뜯던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봄볕 좋은 날 만허와 연정, 부녀 스님이 쑥을 뜯으러 간다. 딸의 부축을 받으며 산을 오르는 만허 스님. 쑥 향기를 맡으며 모처럼 봄이 주는 생명의 기운을 느껴본다.

사찰 요리 강의도 했던 연정 스님. 아침이면 따뜻한 죽을 해 올리고, 점심에는 봄 냉이를 뜯어다가 빚 고운 만두를 만들어 올리고, 매일 ‘뭘 해드리면 잘 드실까?’ 그 생각뿐. 하지만 연세가 드셔서 뭘 해드려도

‘맛이 하나도 없다’라고 하시는 노스님이다. 그러면 얼른 좋아하시는 흰 쌀밥을 앉히고 뜯어온 쑥으로 쑥국을 끓여 밥상을 다시 올린다.

# 부처님이 맺어 준 아주 특별한 인연

연정 스님은 절 살림 돌보느라 바쁘지만 수시로 노스님이 계신 요사채를 들여다본다. 거동이 불편해 밖에 잘 못 나오시니 자꾸 얼굴을 보여드린다. 귀가 어두운 노스님 귀에 바짝 대고 “자두 꽃이 피었어요, 벚꽃이 떨어져요”라며 시시콜콜 바깥 안부를 전해드린다. 치매를 앓고 계시지만, 노스님은 여전히 정갈하시다. 당신 잠자리 이불도 정리하시고, 함께 나물을 뜯고 콩나물도 다듬어 주신다. 평생 부처님 모시며 부지런히 살아온 아흔넷 노스님. 치매를 앓으셔도 몸에 밴 부지런은 그대로다.

어느 날 만허 스님이 무심히 던진 말이 연정 스님을 울게 만든다. 나무하러 갈 때도 지게에 태우고 다닐 만큼 예뻐했던 막내딸을 잊으신 걸까. “넌 친딸이 아니야” 노스님의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 간다.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오고, 절을 찾아온 반가운 두 스님. 운문사 승가대학을 함께 다녔던 연정의 도반 무관 스님이 은사 스님을 모시고 왔다. 무관 스님 역시 30년째 은사 스님을 시봉하는 중이라는데 연정은 아버지를 모시고, 무관은 은사 스님을 모시고 있으니 동병상련이다. 모처럼 절집에 수다 꽃이 피어난다. 연정 스님에게 만허 스님은 단지 아버지가 아니다. 피와 살을 준 아버지이자 불가로 이끌어주고 수행하는 딸 스님을 지켜봐 준 스승이다. 그 깊은 은혜를 어찌 다 갚을까.

만허와 연정, 두 스님의 특별한 인연을 통해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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