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당시인 1982년 6월 정부 효율화에 관한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위원장에는 화학공업 분야 대기업 그레이스앤컴퍼니의 조지프 피터 그레이스 주니어 회장이 임명됐다. 위원장 이름을 따서 ‘그레이스위원회’로 불리기도 했던 해당 자문위는 3년 동안 예산을 4240억 달러 절감할 수 있는 권고안을 제출했다. 미국 정부는 이처럼 연방자문위원회법(FACA)에 근거해 각계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자문기구를 만들 수 있는데 해당 조직은 ‘블루리본위원회’로 불리곤 했다. 블루리본은 영국 최고 권위의 가터훈장에 달린 장식인데 ‘최고의 영예, 가장 뛰어난’이란 의미를 지닌 수식어로도 쓰인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산 감축 및 관료주의 수술 역할을 맡길 ‘정부효율부’를 신설하기 위해 블루리본위원회 방식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그레이스위원회를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 참모인 스티브 무어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설명이다. 블루리본위는 행정 집행 권한이 없는 대신에 위원 선임 시 까다로운 공직자 윤리 심사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정부효율부를 블루리본위 형태로 구성하면 그 수장에 테슬라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를 앉혀도 이해상충에 따른 공직 임용 제한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경제·안보 차원의 국가 주요 쟁점을 풀기 위해 여러 차례 블루리본위를 만들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방사능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을 풀기 위해 블루리본위를 꾸렸다. 당시 해당 위원회는 미국 최대 전력공급사인 엑셀론의 존 로 회장과 같은 산업계 전문가를 위원으로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우리 정부도 유능한 기업인, 과학기술 전문가 등을 중용하려 했으나 인사 검증 과정의 재산 및 이해상충 논란 등으로 인해 실제로 많이 기용하지 못했다. 이제는 혁신과 도전 정신을 가진 창의적인 민간 전문가들이 국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관문을 한층 넓혀서 이들이 국정 쇄신과 경제 살리기의 견인차가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