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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6년간 공백 속…살인죄로 기소되는 여성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관련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선 이 같은 낙태죄 입법 공백을 우려하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대체 정부·국회는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정부·국회의 이 같은 직무유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점선면이 정리해드립니다.

📌점 사실들 : 6년 전 낙태죄 폐지됐지만 입법 미루는 국회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을 위헌으로 보지만, 당장 법률을 무효화시키면 발생할 수 있는 입법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뜻합니다. 국회는 헌재 결정에 따라 2020년 12월31일까지 법 개정을 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고, 1953년부터 66년간 형법 제269조·제270조에 명시돼 있던 낙태죄는 2021년 1월1일자로 효력이 상실됐어요.
헌재 결정의 의미는 바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인정됐다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관계를 '가해자 대 피해자'라는 대립적인 관계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여성들이 자신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임신·출산·육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자녀가 출생하면 어머니 본인뿐만 아니라 태어날 자녀도 불행해질 것이라는 판단하에 낙태를 결심한다고 봤습니다. 즉 임신한 여성과 태아는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 하나의 운명 공동체이며, 모자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루빨리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할 국회는 지난 6년간 대체 뭘 했을까요. 낙태죄 폐지 결정 이후 21대 국회에서 형법, 모자보건법 등 관련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낙태 허용 주수를 놓고 의견이 갈리면서 모두 폐기됐습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지난달 모자보건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되긴 했지만, 낙태죄 입법 공백을 메우기 위한 국회의 치열한 논의는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회가 낙태죄 입법 공백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발언에서도 잘 나타나는데요.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5월14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를 마친 뒤 낙태죄 후속 조치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주제라는 뜻"이라며 "신중하게 국민들의 뜻을 살펴보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어요.
낙태죄에 대해 기독교 등 종교계의 반발이 크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회는 낙태죄 반대 세력의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된 여론 수렴과 공론화 절차도 거치지 않고 방치에 가까운 대응을 해왔습니다.
✏️선 맥락들 : 임신중지 여성 '살인죄'로 기소한 수사기관
국회의 직무유기의 폐해는 뭘까요? 임신중지를 한 여성들이 낙태죄보다 더 중한 '살인죄'로 기소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6월 한 여성이 임신 36주째에 낙태수술을 했다는 유튜브 영상이 논란이 된 적이 있어요.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신속한 수사가 이뤄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3일 산모 권모씨와 병원장, 의사 등을 살인죄 등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낙태죄로 수사할 수 없으니 살인죄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인데요.
정부는 이렇게 빨리 대처할 수 있는데 낙태죄 후속 입법에 대한 조치 마련에 대해서는 왜 이리 더뎠을까요. 낙태죄 입법 공백으로 인해 임신중지가 낙태죄보다 더 중한 살인죄로 처벌되는 것은 국제사회의 흐름과도 역행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을 계속 업데이트해왔는데요. 특히 2022년에는 임신중지에 대한 완전한 비범죄화를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처벌을 중심으로 대처하면 임신중지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반면 여성·영아 사망률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또한 거의 모든 나라들은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고 있어요. 임신중지를 범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미국,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폴란드 4개국뿐입니다.
여성들이 입는 피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여성들은 안전하게 수술받을 병원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병원이 현금으로 비싼 의료비를 요구해도 거부할 수 없고, 강간이 아닌데도 강간이라고 서약서를 써야 하는 등 공식 의료 체계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어요. WHO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인 미프진(Mifegyne)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프진은 경구용 인공 임신중지 약물로 프랑스, 중국, 미국, 스위스 등 99개국에서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요. 아직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프진을 허가하지 않아 불법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면 관점들 : 정부, 입법 공백 시기에도 '안전한 임신중지권' 보장해야
국회는 여론 눈치만 보면서 입법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서둘러 후속 입법에 나서야 합니다. 산모와 아이의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에서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한 후 영아 사망률이 13%나 급증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입법 공백 시기에도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할 수 있는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경향신문 사설은 "임신중지를 비공식 의료로 방치하는 정부도 (국회만큼)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라고 질타했습니다. 복지부가 임신중지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면 병원에서 과도한 의료비를 현금으로 요구해서 임신 당사자가 비용을 구하느라 임신중지 시기가 지연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복지부는 어느 의료 기관에서 임신 몇주까지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지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스웨덴의 청소년 성건강 클리닉(유스클리닉)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스웨덴의 유스클리닉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유스클리닉은 13~23세 청소년·청년에게 성교육부터 성매개 감염, 피임, 임신중지, 성정체성 등에 대해 의사, 상담사, 조산가가 함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에게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 제공'과 '미프진을 도입해 필수의약품을 지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복지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어요. 그런 복지부가 낙태수술 동영상이 논란이 되자 살인죄 수사 의뢰만 재빠르게 했다는 게 너무나 개탄스럽습니다. 정부가 입법 공백을 핑계로 방관할수록 여성들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은 심각한 침해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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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구속 갈림길 선다
'김건희 특검'이 어제(7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지난 6일 김 여사를 소환조사한 지 하루 만입니다.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명태균 게이트' 공천개입),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건진법사' 청탁)가 적용됐어요. 특검은 김 여사가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김 여사가 구속되면 삼부토건 주가조작, '집사게이트' 등 다른 의혹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2일 열리는데요. 영장이 발부되면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첫 사례입니다.
윤석열 '완강 저항'에 체포 불발
어제(7일) '김건희 특검'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됐습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부상이 우려될 만큼의 완강한 저항"을 해서 집행을 중단했다고 밝혔어요.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팔다리를 붙잡고 끌어내려 했다"며 비난했고요.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기한은 이날로 끝났습니다. 특검이 영장을 재청구할지, 조사 없이 재판에 넘길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같은 날 '내란 특검'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국회가 입은 피해 등에 대한 진술을 들었습니다.
트럼프 "반도체 관세 1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에 다시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어졌습니다. 반도체는 자동차 다음으로 한국의 주력 대미 수출 상품이거든요. 다만 실제로 관세율이 얼마가 될지, 언제 부과되는지 등은 미정입니다.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에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어 예외가 될 가능성도 있고, 미국의 반도체 수요가 워낙 커서 관세를 매겨도 수출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모델 과하게 말랐다"
자라 '광고 금지'
패션 브랜드 '자라(ZARA)' 광고 2건이 영국에서 금지 조치를 받았습니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자라가 광고에서 "모델이 건강하지 않게 마른 모습을 연출했다"며 "무책임하다"고 했습니다. 과도하게 마른 몸을 부각해 청소년의 거식증 등 섭식장애를 부를 수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ASA는 앞서 패션 브랜드 막스앤스펜서와 넥스트에게도 비슷한 이유로 광고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한로로
한로로는 불안하고 흔들리는 청춘의 마음을 노래하는 가수입니다. 투박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 시처럼 섬세한 가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Z세대의 록스타'로 불리는 그는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을까요?
한로로는 원래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던 평범한 국문과 학생이었습니다. 글 쓰는 건 좋아했지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건 부끄러웠다고 해요. 그래서 글에 멜로디를 붙여 공유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음악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결심한 건 2020년. 코로나로 세상이 멈췄을 때, "나조차 멈춰 있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직접 소속사 '어센틱'에 메일을 보내 자신을 "키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후 연습생 과정을 거쳐 2022년 자작곡 '입춘'으로 데뷔하게 됩니다.
'입춘'은 데뷔 직후부터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았습니다. 방탄소년단 RM이 SNS에 한로로의 음악을 공유하면서 화제가 됐고, 2023년에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모던록' 부문 후보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한로로는 대부분의 곡을 직접 쓰고 만듭니다. 청춘의 아픔과 성장이라는 주제를 진솔하게 담아내며, 20대 청춘들의 공감을 얻었죠. 특히 많은 이들이 그의 가사를 가장 큰 매력으로 꼽습니다. 시처럼 섬세한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는 반응이 많아요.
데뷔 후 한로로는 싱글 '거울', '나침반'과 EP <이상비행>, <집> 등을 발매하며 매해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 4일에는 세번째 EP <자몽살구클럽>을 공개했는데요. 앨범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는 지난 7월 출간한 동명의 소설에 풀어냈습니다. 그는 어른은 물론 아이들까지 벼랑 끝으로 내모는 시대의 비극에 주목하면서, 그럼에도 함께 살아갈 의미를 찾아가자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유채원 인턴기자

어제(7일) 레터에서는 우크라이나의 '골판지 혁명'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우크라 시민들의 노력에서 한국의 '광장 집회'가 떠올랐는데요. 전쟁 중에도 용감하게 소중한 가치를 지켜낸 우크라 시민들을 응원합니다. '낙태죄 입법 공백'을 다룬 오늘 레터에 대한 의견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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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극복과 협치라는 허울좋은 말로 국민의 요구를 미뤄두는 정부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 정부도 꼭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를 위해 하나를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중요한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으니까요. (마고님)
💬벡델 테스트 소개를 흥미롭게 봤습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 국내 느와르 시리즈물을 보는데 여자는 그림자도 안 나오는 것 같더군요. 액션, 느와르, 정치 등 모든 장르에서 인간으로서의 여성 서사가 부각되는 작품이 발에 채이는 그날이 어서 왔으면 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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