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폴스 인터뷰: 검은 우주에 둘러싸인 별처럼

2024-10-23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정색의 밴드라 자칭한 더 폴스가, 선명한 색채로 빛나는 엄브로와 만났다. 더 폴스는 깊고 무한한 어둠처럼 자신들의 독창적인 세계를 흡수한 밴드다. 반면 엄브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스포츠웨어와 스트리트 패션의 경계를 유연하게 허물고,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포용하는 화려한 색의 브랜드다.

<하입비스트>와의 첫 인터뷰에서 더 폴스는 밝고 유쾌했다. “촬영 기회가 흔치 않아, 이번 작업이 매우 색다르고 특별한 경험이였어요.” 김다니엘이 말했다. 서로 다른 색채를 지닌 두 존재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순간, 각자 고유의 아름다움은 더욱 빛난다. 더 폴스와 엄브로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간다. 이번 만남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필연적 과정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하입비스트>와 첫 만남이네요. 반갑습니다.

김다니엘: 더 폴스는 이런 촬영 기회가 흔치 않아서 이번 작업이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저희가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경험이 저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어요.

더 폴스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황제: 저희는 락을 기반으로 한 음악을 추구해요. 저희가 자라면서 들었던 음악들, 영향을 받았던 밴드들의 사운드를 우리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려고 늘 노력하죠. 그 과정에서 사운드적으로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단순히 락이라는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안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실험하고 표현하려는 욕심이 있어요.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시도하면서 저희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가장 큰 영향을 준 밴드는 어떤 팀인가요?

김다니엘: 영국을 대표하는 ‘라디오헤드’ 가 저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밴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디오헤드는 어릴 적부터 계속 들어왔던 음악이고, 그들의 음악이 저희 피 속에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죠. 그래서 저희 음악에도 그 영향이 깊이 녹아들어 있어요. 또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엘레가든’이라는 밴드도 저에게 큰 영향을 줬어요. 사실 엘레가든 덕분에 기타를 잡고 밴드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었거든요. 그들이 복귀한 후 ‘2023 펜타포트’에서 직접 만나 대화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는데,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저에게는 엘레가든이 음악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계기였죠.

그런 영향력 있는 밴드를 보면서, 더 폴스는 그들의 에너지를 흡수했나요? 아니면 새롭게 변화시켰나요?

김다니엘: 이건 흡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흡수를 하지 않으면 바꿀 수도 없으니까요. 릭 오웬스도 그런 얘기를 했죠. “카피하고 카피하고 또 카피하면서 내 것으로 만들고, 그러지 않으면 나만의 특별한 것을 만들어낼 수 없다”라고요. 사실 이미 많은 음악이 세상에 나와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결국 사람들은 어떻게 예술을 하고 음악을 만드느냐 하면, 남의 것을 학습하고 그것을 소화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죠. 찰리 파커나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전설적인 연주자들이 다른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카피하고, 수백 번, 수천 번 연습하면서 그걸 자기 스타일로 변형해나가는 거죠.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더 폴스가 교회에서 시작된 밴드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결성된 건가요?

김다니엘: 맞아요. 다만 저희가 흔히 생각하는 찬양팀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저희는 같은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이었고, ‘웨이브투어스’의 신동규라는 친구와 저희 세 명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죠. 교회에서 음악을 하는 친구들끼리 음악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게 결국 밴드를 결성하는 계기가 됐어요. 사실 저희 모두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이었고, 찬양 보다는 밴드 음악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교회에서의 경험이 음악적 배경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밴드를 시작한 거죠. 그 후 지금의 더 폴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음악적 색깔이 달라 의견 차이가 생기기도 했지만, 그런 충돌이 음악을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됐어요.”

워십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나요? 예를 들어 마커스 같은 팀들이 있죠.

김경배: 저는 개인적으로 힐송이나 엘레베이션 워십의 음악에서 큰 영향을 받았어요. 워십 음악은 단순히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저희 음악에도 워십의 톤이나 감성이 스며들게 되었죠. 사실 팀을 처음 구성할 때도 그런 워십 음악 특유의 톤을 가져가고 싶었는데, 그 과정에서 멤버들 간에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의견 차이는 밴드 안에서 자연스러운 일이죠. 음악 스타일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김다니엘: 맞아요. 힐송 같은 팀을 보면, 그들의 음악이 굉장히 파워풀하고 구조적인 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잖아요. 그들의 밴드 음악만의 고유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점이 저희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됐죠. 하지만 더 폴스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충돌하기도 했어요. 서로의 음악적 색깔이 다르다 보니 의견 차이가 생기기도 했지만, 결국 조율하면서 저희만의 독특한 색깔을 찾아갔어요. 지금은 그런 충돌들이 오히려 저희 음악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초기 더 폴스의 음악은 정통 락 사운드가 강했다면, 최근 음악은 더 성숙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들어요.

김다니엘: 좋은 지적이에요. 저희도 그런 변화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초기 음악은 정말 순수하게, 아무런 제약 없이 만들어낸 원초적인 락 사운드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저희가 음악적인 지식이나 기술보다는 본능에 의존해 음악을 만들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가 더 성숙해지고, 음악에 대한 이해도도 깊어지면서 사운드도 자연스럽게 변화했어요. 요즘은 다양한 악기를 시도하면서 사운드를 더 다채롭게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피아노나 신디사이저 같은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면서, 몽환적인 느낌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저희 음악이 점점 더 깊이 있고, 풍부해졌다는 것을 느껴요.

엄브로와의 촬영에서 입었던 룩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셨나요?

김경배: 저는 개인적으로 빈티지한 옷을 좋아해서, 오늘 엄브로의 빈티지한 감성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리바이스, RRL, 폴로 랄프로렌 같은 전통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데, 오늘 촬영에서도 같은 느낌을 느꼈어요. 평소에도 빈티지 티셔츠나 청바지를 자주 입는 편이라 오늘 입은 엄브로의 옷들도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황제: 저는 브랜드를 크게 가리지 않고, 입었을 때 편안한 옷을 선호해요. 오늘 촬영에서도 여러 가지 착장을 입었는데, 특히 두 번째 착장에서 입었던 윈드브레이커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김다니엘: 개인적으로는 검은색 의류를 자주 입는 편이에요. 일본 브랜드인 요지 야마모토나 꼼데가르송을 즐겨 입고, 다른 색을 입으면 어색한 느낌이 들 정도로 검은색에 익숙해요. 하지만 오늘 촬영에서 입었던 라임 컬러의 재킷도 정말 매력적더라고요. 촬영을 하면서도 엄브로의 깊은 역사와 특유의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버지가 엄브로 상의를 자주 입으셨어요. 그래서 항상 아버지의 등을 보면 그 로고가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스포츠 브랜드와 밴드는 멀어 보이지만, 사실 꽤 가까운 관계죠. 예를들면 리암 갤러거와 엄브로 드릴탑이 대표적이고요.

김다니엘: 다른 의미로 저는 밴드들의 공연도 거의 스포츠와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드러머들이 마치 운동하듯이 땀을 흘리며 공연을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땀을 흘리면서 역동적인 에너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공연 자체가 스포츠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이황제: 맞아요, 공연도 일종의 스포츠죠. 다들 무거운 장비 들고 방방 뛰니까요. (웃음)

김다니엘:생각해보면, UK 음악에서는 아메리칸 락처럼 가죽 자켓을 입은 모습보다는 좀 더 편안한 무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엄브로는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잖아요. 어린 시절 항상 주변에 있던 브랜드였죠. 엄브로와 관련된 추억이 있으신가요?

김경배: 중학교 때 엄브로 바지를 자주 입었어요. 그 당시에는 트레이닝 팬츠가 유행했었고, 카파나 엄브로 같은 유서깊은 스포츠 브랜드들이 인기가 많았죠. 특히, 엄브로 블랙 팬츠가 예뻐서 자주 입었어요. 그 로고가 정말 매력적이었거든요.

이황제: 어릴 때 축구를 좋아해서 아버지와 자주 축구를 했는데, 아버지가 엄브로 상의를 자주 입으셨어요. 그래서 항상 아버지의 등에서 보이던 엄브로 로고가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황제님은 지금 아버지가 입으셨던 그 엄브로 상의를 입고 계시네요.

이황제: 부모님이 나이 드시고, 저도 이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졌어요. 최근에 아버지의 좁아진 등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죠. 오늘 촬영하면서도 그런 생각들이 떠올라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최근에 듣고 있는 음악이나 추천할 밴드가 있나요?

김다니엘: 요즘 한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에 빠져 있어요. 이 아티스트는 거의 모든 악기를 혼자 연주하고, 아날로그 장비를 사용해서 굉장히 빈티지한 사운드를 만들어내요. 그 작업 방식이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과도 비슷해서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분의 음악을 들으면 다양한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서, 듣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김경배: 저는 ‘푸 파이터즈’를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은 ‘피버 333’이나 ‘턴스타일’ 같은 밴드도 많이 듣고 있어요. 특히 피버 333은 에너지가 넘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데, 그 점이 저희 밴드와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이황제: 아 푸 파이터즈 제가 말하려고했는데 먼저 나왔네요. (웃음), 네 저는 음악 듣는 걸 통해 살아가는 원동력이 달라진다고 생각을 하는데 요즘 좀 정신 상태가 해이해진 것 같아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최애’ ‘블랙 사바스’를 듣고있습니다.

블랙 사바스를 들으신다니 의외네요.

김다니엘: 처음 만났을 때도 이랬어요. (웃음).

이황제: 저는 헤비하고 하드한 음악을 좋아해서 슬립낫 등의 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요 ‘찐 팬’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 추후에 합주를 해보고 싶은 밴드가 있나요? 상상의 날개를 펼쳐서요.

김다니엘: 저는 현재 웨이브투어스라는 팀을 함께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 뻔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 더폴스와 웨이브투어스가 합쳐서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그게 가장 큰 목표인 것 같아요. 물론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들은 많지만요.

더 폴스를 색으로 표현한다면요?

김다니엘: 검정색. 저희는 셋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검은색 옷을 입게 돼요. 그건 우연이 아니라,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검정색이 가진 깊이와 신비로움이 저희 음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 주변 친구들도 “더 폴스가 온다” 하면 자연스럽게 검은색 옷을 입고 나타나요. 그 정도로 저희와 검정색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평화로운 순간들을 조금씩 모아서, 마지막 순간에는 행복한 기억만을 안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밴드 붐이 다시 왔다고 하잖아요. 더 폴스는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나요?

이황제: 유행을 타는 밴드가 아니라, 천천히 저희만의 페이스로 성장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엄브로처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깊이를 가진 밴드로 기억되고 싶어요.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적 진정성을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밴드로 남고 싶습니다.

김다니엘: 비슷한 생각이에요. 어떤 음악을 하든 밴드는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시간이 흘러도 “더 폴스는 정말 멋진 음악을 했다”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어요. 저희 음악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게 가장 원하는 결과일 것 같아요.

김경배: 저희가 영향력 있는 밴드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음악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저희 음악에 영향을 받아 음악을 시작한 친구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끼거든요.

각자만의 목표가 있다면요?

이황제: 얼마 전에, 웨이브투어스 멤버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어요. 저희가 다 같이 간 첫 여행이었는데,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편안하게 평화로움을 만끽한 시간이었죠. 앞으로의 인생 목표를 말하자면, 그런 평화로운 순간들을 조금씩 모아서, 마지막 순간에는 행복한 기억만을 안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다니엘: 사실 저는 요즘 너무 전투적으로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두 팀을 동시에 이끌다 보니, 그 두 팀을 계속 최전방에서 활발히 활동하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죠. 하지만 언젠가는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생각을 담아,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더 깊이가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김경배: 저는 요즘이 정말 좋아요. 세분화된 목표를 많이 세우는 편인데, 그 뒤에는 항상 지금처럼 좋은 삶이 이어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만 살고 싶다’가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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