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초 미국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지구촌 최대 정보기술(IT)·전자제품 경연장으로 꼽힌다. 그런데 인류 최초 산업인 농업분야의 이목이 쏠리는 공간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최근 수년간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전세계 농기업들이 기술력을 뽐내는 현장으로 발돋움하면서다.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5’에는 대동 등 국내 크고 작은 농기업이 다수 참여한다. 미국의 존디어와 일본의 구보다 등 글로벌 농기업도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최고혁신상’을 받은 19곳 기업 중 농업 관련 기술로 수상한 기업은 구보다와 중국의 하이퍼쉘이다. 구보다의 농업·건설 분야용 4륜 로봇 ‘케이에이티알(KATR)’은 언덕·경사지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하이퍼쉘의 ‘카본 엑스’는 농작업을 돕는 외골격 장치 로봇이다.
국내 농업 관련 기업도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연말 공개된 농식품기술 분야 ‘혁신상’ 수상 기업 11곳 중 8곳이 한국 법인이었다. 국내 유수 가전 대기업도 농업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LG전자는 CES 2025에서 식물생활가전 브랜드인 ‘틔운’의 신규 콘셉트 2종을 소개했다. 스탠드 조명과 블루투스 스피커가 내장된 협탁이다. 해당 제품에 씨앗 키트를 장착하고 물·영양제를 넣은 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만 켜면 식물을 키우는 동시에 무드등이 비추는 탁자에서 음악 감상을 즐길 수 있다.
농업 관련 공공기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국농어촌공사는 CES에 신규로 참가하는 스타트업(새싹기업)을 도왔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현장에 설치될 통합 한국관 참가 지원사업을 펼치게 됐다”며 “국내 농업계에선 모두 17곳의 스타트업이 사전 참여 의사를 밝혔고 자체 평가를 거쳐 6곳을 최종적으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농어촌공사의 도움을 받아 참가하는 스타트업은 ▲타이가(이끼 바이오필터 제품) ▲어밸브(인공지능 기반 스마트팜 통합관리 플랫폼) ▲다모아텍(무선 통신을 활용한 토양센서) ▲아이티테크(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가축 이상징후 탐지 시스템) ▲새팜(농림위성 활용한 인공지능 농사 가이드) ▲더대시(인공지능 기반 농작업 자원관리 시스템) 등이다.
농촌진흥청도 지난해(2명)보다 많은 연구사 7명을 미국에 보내면서 최신 농업기술 습득 의지를 드러냈다. 농진청 관계자는 “안전재해예방공학과·발효가공식품과 등 6개 과에서 출장길에 올랐다”며 “매년 빠르게 발전하는 해외 농식품 관련 기술 동향을 파악해 국내 연구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CES 2025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수는 1031곳으로 지난해(772개)보다 33% 늘었다. 미국(1509개)·중국(1339개) 다음으로 많다.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주제는 ‘다이브인(Dive in·몰입)’이다.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혁신 가능성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영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