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잡는 선비, 안종약 이야기

2024-11-18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안종약.

이 이름은 아마 모두에게 퍽 낯설 것이다. 안종약은 조선 초부터 인조 임금 때까지의 신비로운 야사(野史)나 일화를 모아 놓은 《대동야승》에 ‘귀신을 알아보고 퇴치한’ 선비로 실려있는 인물이다.

지금도 귀신 이야기는 지나가던 사람까지 솔깃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간의 본성이 어떠한 알 수 없는 두려움, 공포란 감정에 끌리는 면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현실적인’ 일상에, 비현실성을 지닌 비일상적인 이야기는 그 자체로 숨통을 틔워주기도 한다.

박민호가 쓴 이 책, 《귀신보다 더 귀신 같은 안종약》은 《대동야승》에 실린 ‘귀신을 알아보고 퇴치한 안종약’이라는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편집한 책이다. 《대동야승》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쓴 책을 모아 놓은 책 모음으로, 안종약 이야기는 그 가운데 《용재총화》에 실려있다.

《용재총화》는 조선 시대 학자 용재 성현이 지은 책인데, 민간 풍속이나 역사, 지리, 종교, 음악 등 문화 전반을 다룬다. 유명인들의 일화나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아 당대 문화를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안종약은 학문이 높아 행동이 떳떳하고 남한테 정직했고, 덕은 깊어 마음이 깨끗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했다. 무예도 뛰어나 말도 잘 몰고 활도 잘 쏘았다. 열두 고을을 다스리면서도 남의 것은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않을 만큼 청렴했다. 이런 안종약 공에게 신비한 힘이 있었으니, 바로 귀신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공이 임천 군수가 되었을 때야.

하루는 이웃 관리들과 차를 마시고 있었어.

사냥 잘하는 누렁이가 정원 가운데 있는 큰 나무를 보고 컹컹 짖어댔지.

공이 돌아보았단다.

안개 속 큰 나무에 기대 서 있는 남자가 공을 째려보는 거야.

공도 얼굴이 커다란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어.

남자는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안개와 함께 스르르 사라졌단다.

《용재총화》에는 이와 같은 일화가 여럿 실려있다. 특히, 지금으로 보면 ‘퇴마의식’을 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다. 귀신이 깃든 나무를 한 소년이 용감하게 자르다가 귀신이 붙어 밤낮으로 미쳐 날뛰자, 안종약 공이 마침내 나섰다.

공이 드디어 그 소년의 집에 가서 사람을 시켜 머리채를 잡아 끌어내게 하니 소년은 낯빛이 검게 변하여 애걸하였다. 공이 꾸짖었다.

“너는 마을에 있은 지 이백여 년이 되는데 밤이면 불을 켜놓고 해괴한 행동을 하여 내가 지나가도 걸터앉아 불경한 짓을 하고 매를 놓으면 숨겨 두고 내놓지 않더니, 지금은 또 이웃집을 괴롭히니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이냐?”

그러자 소년이 이마를 땅에 대고 공히 사죄하였다. 공이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 나뭇가지를 잘라 장도(長刀)를 만들어 거짓으로 소년의 목을 베니, 소년이 몸을 뒤집고 길게 울부짖고는 곧바로 죽은 것처럼 땅에 자빠져 깊이 잠들었다가 3일 만에 비로소 깨어났는데 광기가 갑자기 완전히 사라졌다.

이렇듯 안종약이 쓴 복숭아나무는 귀신과 질병을 쫓는 신비한 기운을 가진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복숭아나무로 도장이나 부적, 여러 가지 공예품을 만들어 호신용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며 귀신을 쫓기도 했다.

요즘 들어 주술과 샤머니즘이 유난히 인기를 끈다.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실존하는 것일까. 답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오늘날에도 이루어지는 각종 퇴마의식이, 우리 조상들의 집단 무의식을 대변하는 옛이야기에서도 숱하게 등장하고 있다.

쉽게 제압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을 용감하게 물리친 영웅, 안종약. 민중은 언제나 이러한 영웅의 출현을 고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흉흉할수록 이러한 영웅 이야기는 더욱 힘을 얻는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요즘, 귀신 쫓는 선비 안종약의 이야기가 유난히 솔깃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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