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GTX' 엘리자베스 라인, 英최고 건축상 받는 이유는?

2024-10-21

'영국판 GTX'라 불리는 런던의 지하철 엘리자베스 라인(Elizabeth Line)이 올해 영국 최고의 건축물로 선정됐다. BBC와 가디언 등 보도에 따르면,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최고의 디자인을 갖춘 엘리자베스 라인을 스털링 상(Sterling Prize)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스털링상은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가 해마다 영국에서 준공된 건축물 중 최고의 건축물을 선정해 수여한다. 그런데 올해는 지하철 역사 등 건축물이 받은 게 아니라 한 개의 지하철 노선 전체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예를 들면 한국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같은 철도 노선이 건축상을 받은 것이다.

스털링상 심사위원장인 무이와 오키(MuiywaOki) RIBA 회장은 "엘리자베스 노선은 도심 교통에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솔루션을 제공했다"며 "이는 건축가가 주도한 협업의 승리"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엘리자베스 라인은 접근 가능한 대중교통의 룰을 새로 세웠고, 지하철 노선을 넘어 런던에 대한 대담한 새로운 표준을 모든 사람에게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라인은 런던 전체 지하철에서 가장 긴 플랫폼, 가장 큰 터널, 가장 빠른 열차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에 약 70만 명이 이용한다.

가디언은 "올해 건축상 후보에는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국립 초상화 미술관)와 킹스크로스 재생 프로젝트, 해크니의 임대주택 등이 올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며 "엘리자베스 라인은 미래형 패널, 통풍이 잘되는 터널, 우아하게 통일된 디자인으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또 "엘리자베스 라인에서 승객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유선형 흰색 터널에 진입할 땐 런던의 삐걱거리는 나머지 지하철과 멀어져 평행 우주로 원격 이동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단이 이 노선을 높이 평가한 것은 하나로 통합돼 조화를 이룬 디자인이다. 통풍이 잘되는 플랫폼, 차분한 조명, 안내판 디자인 등 모든 디테일이 승객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 총 73마일(약 118km)에 걸친 매우 복잡한 작업이었지만,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수많은 이용객의 삶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이 상은 플랫폼 등을 설계한 그림쇼 건축설계사무소(Grimshaw Architects)와 엔지니어링을 맡은 앳킨스리얼리스(AtkinsRéalis), 길 찾기 디자인은 메이너드(Maynard), 조명은 이퀘이션(Equation) 등이 함께 받는다. 건축상으로는 이례적으로 협업한 전문가들이 동등하게 공동 설계자로 함께 선정됐다. 플랫폼과 승객 터널, 에스컬레이터, 역 코스, 간판, 가구, 마감 및 지원 기술 등이 함께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엘리자베스 라인은 전체 노선이 부드러운 흰색의 유리 섬유 강화 콘크리트 패널로 덮여 있다. 심사위원단은 "이 패널 유형을 80개에서 9개로 줄이기 위해 설계를 다듬어 비용과 재료를 절약했고, 정교한 사전 모형실험 등으로 현장에서보다 공장에서 미리 만든 제품으로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용객들이 모두 눈치챌 수 없지만 조명과 음향에까지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플랫폼 조명은 차분하게, 사람들이 계속 움직이는 이동 통로는 좀 더 밝게 하는 등 섬세하게 조율했으며, 머리 높이 이상에서는 콘크리트 패널에 구멍을 뚫고 소음을 흡수하기 위해 음향 매트를 뒤에 숨겼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가디언은 "이 경이로움은 런던 중심부를 떠나면 지상의 수도 외곽으로 향하면서 사라진다"며 "교외로 나갈수록 역들이 이등석처럼 느껴지는 게 가장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다. 엘리자베스 라인은 개통 초기 열차 지연 문제와 승객 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닐 맥클레먼트는 수상자들을 대신해 "엘리자베스 라인은 런던의 교통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켜온 인프라로, 디자인이 우리의 일상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총 190억 파운드(한화 34조)가 투입돼 만들어진 엘리자베스 라인은 런던 서쪽 레딩, 히스로 공항, 런던 중심부 패딩턴, 런던 동쪽 브렌트우드 등을 이으며 총 118㎞에 걸쳐 관통하며, 최고 시속이 120~140㎞에 이른다. 실제로 한국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엘리자베스 라인을 롤 모델로 삼고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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