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에 살면 나 일 정말 잘할 거야. 농부는 계속 일을 만들어야 돼.”
김대호는 지난 8일 공개된 JTBC 웹 예능 ‘흙심인대호’에서 농사에 열정을 불태웠다. 쉬면서 하자는 제작진 만류에도 먼저 일을 찾아 나서며 적극적으로 임했다. ‘흙심인대호’는 김대호가 MBC 퇴사 후 다른 방송사에서 선택한 첫 고정 예능이다. 일 욕심 많은 김대호와 일머리 없는 제작진이 함께 밭을 일구는 ‘슬로우 힐링 라이프’를 담아낸다.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김대호는 “회사에 다닐 땐 일이 있든 없든 똑같았지만, 프리랜서가 된 지금은 내가 더 빠져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려고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도 재미있고, 나도 프로그램에 더욱 성실하게 임할 수 있다. 일 안에서 나만의 쉼을 찾는 방법”이며 ‘흙심인대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흙심인대호’는 기존 예능에서 보여준 농사 체험이나 배우기의 형식을 벗어난다. 김대호는 농부였던 아버지 곁에서 자연스레 체득한 농사 지식을 총동원해 작물을 심고, 밭을 갈며, 잡초를 뽑고, 새참을 준비한다. 그는 경기도 양평에서 자라며 수확철엔 콤바인이 닿지 않는 밭 모서리를 낫으로 베고, 농협 창고에 쌀을 나르는 등 농촌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농사 전문가 분들이 보면 얕은 지식으로 까분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렇더라도 좋아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는 게 진짜죠. 프로그램의 예능적 측면에서도 이게 더 재미있고요. 모종도 이것저것 사서 키워보고 망해보려고요. 지금은 어떤 작물이 먼저 자랄까 설레는 마음과 기대감이 더 커요.”
연출자인 김미연PD는 이런 김대호의 모습에서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봤다. “농사 예능은 많지만, 대부분은 체험하거나 배워가는 형식이죠. 그런데 김대호는 본인이 주도해서 해보겠다는 의지가 뚜렷했어요. 귀찮음이 전혀 없고, 잘 모르더라도 해보겠다는 태도, 무언가를 진심으로 해내려는 자세가 좋았어요.”

김 PD는 ‘농부의 아들’이라는 이력뿐 아니라, 김대호 특유의 성실함과 허술함이 프로그램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덧붙였다. “손이 빠르고 열정이 있는데, 보면 또 허술한 데가 있어요. 그런 면들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죠. 완벽한 캐릭터보다는 땀 흘리면서 조금씩 배워가는 모습이 더 많은 위로와 편안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어 “젊은 세대부터 4060세대까지도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고,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로망을 실현해주는 대리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김대호가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적임자를 섭외했더라도, 도파민 콘텐트가 넘치는 유튜브 환경 속에서 이처럼 느리고 단순한 ‘농사 예능’이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있다. 김 PD 또한 “유튜브에서 1인 농사 예능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피로감이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믿었다고. “심란하고 복잡한 뉴스들이 연달아 쏟아지면서 사람들이 점점 자극에 지쳐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봄이 되면 뭔가 편안한 걸 보고 싶어지는 감정이 분명히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거기서 시작한 기획이에요.”

김대호는 “실은 내가 유튜브 중독자”라고 고백하며 “심지어 샤워할 때도 뭐라도 틀어놔야 할 정도로 절여진 사람이다.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 힘들더라. 그래서 더 절실하게, 이런 콘텐트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동의했다.
이렇게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는 영상들 사이에서, 1년 프로젝트 ‘흙심인대호’를 꺼내고 시간이 걸려도 진심이 전해지는 콘텐트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제작진이 작사한 ‘흙심인대호’ 맞춤 AI 작곡 노래, 유튜브 라이브, 새참 먹방, 게스트 초대 등을 예능적 요소로 가미할 예정이다. 김 PD는 “다들 흥행만 보고 비슷한 걸 하려고 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다른 걸 시도해야 하고, 그게 우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을 보였다.
김대호는 “사람은 항상 변한다. 나도 직장다니며 예민했을 때가 있었고, 프리 이후엔 일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기도 하다. 작물도 비슷하다. 잘 자랄 때도 있고 시들 때도 있고, 그걸 보듬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결국은 예쁘고 탐스러운 과실을 맺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