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별 후 홀로 지내던 중년 여성이 남편을 닮은 남성 방송진행자(BJ)에게 1000만원이 넘는 고액을 후원한 사연이 전해졌다.
5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중년 여성 A씨는 일찍 남편과 사별한 후 남매를 홀로 키우며 살아왔다. 자녀들이 성인이 돼 결혼 후 분가한 뒤 A씨는 국민연금과 자녀 용돈으로 생활하며 혼자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A씨는 마흔 살 정도의 한 남성 BJ가 노래하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고, 아들 B씨에게 "네 아빠랑 똑 닮지 않았느냐, 목소리도 똑같다"며 감탄을 표했다고 한다.
A씨는 이후 해당 BJ와 실시간 소통할 방법을 묻자 B씨가 별 생각 없이 인터넷 생방송 채널을 알려줬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A씨는 이 채널을 통해 해당 BJ에게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알게 된 자녀들이 환불을 요청했지만 BJ는 "환불은 절대 안 된다"며 거절했고, 어머니의 방송 시청 차단 요청마저 거부했다.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B씨의 여동생이 한 식당에서 급여 없이 서빙을 하던 A씨를 발견했고, 식당 사장이 바로 후원금을 받았던 그 BJ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A씨는 "도와주고 싶다"는 이유로 무급으로 일하며 BJ를 지원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후원 문화가 확산되면서 정서적으로 고립된 중장년층이 과도한 금전적 지원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인과 닮은 외모나 목소리를 가진 대상에 대한 의존은 심리적 공허감을 메우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 간 소통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상희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억눌렸던 자신을 찾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다른 취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한 통제나 비난보다는 근본적인 정서적 공허감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