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사실주의’ 화풍으로 유명한 이상원 화백이 4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이 화백은 1935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종전 후 독학으로 극장 간판 그림이나 주문 초상화를 그렸다. 1970년 안중근 의사 기념관의 영정 초상화를 맡은 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초상화, 방한 국빈을 위한 선물용 초상화를 그리며 상업 초상화가로 유명세를 떨쳤다.
이 화백은 1970년대 초기 순수미술로 방향을 바꿨다. 유화물감과 먹을 사용해 사진처럼 세밀한 그림을 그렸다. 흙바닥을 지나간 바퀴 자국을 그린 ‘시간과 공간’, 물건을 보관하는 마대천을 그린 ‘마대의 얼굴’, 동해 일대의 폐기물과 어부를 그린 ‘해변의 풍경’ 연작들이 유명하다.
1978년 동아미술제와 중앙미술대전에서 각각 동아미술상과 특선을 받았다. 1999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국립미술관에서 외국 생존작가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열기도 했다. 2000년 춘천으로 귀향한 뒤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아 3000여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이 화백은 2014년 춘천 사북면에 이상원미술관을 세웠다. 아들 이승형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끝난 이상원미술관 10주년 기념 ‘이상원, 50년 예술의 여정-파괴될 수 있지만, 패배하지 않는다’가 이 화백의 생전 마지막 전시가 됐다.
이상원미술관 측은 조문을 받지 않고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발인은 6일이며, 장지는 이상원미술관 안에 조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