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조지아주에 도움을 주는 한국 기업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부 조치에 반대한다. 연방정부가 안 하면 주 재정(state funding)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중앙일보 영어신문 코리아중앙데일리는 2023년 4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와 단독 서면 인터뷰를 했다. 켐프 주지사는 당시 바이든 정부가 IRA 보조금 혜택에서 현대·기아차를 뺀 것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다.
관세 피해 일자리 160만 개 미국행
여당, 기업 옥죄는 노란봉투법 강행
기업 이탈하면 고용지옥 펼쳐질 것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수렁에 빠진 2009년, 기아차는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공장을 건설했다. 주력산업인 방직업 몰락으로 쇠락한 도시에 기아차는 구세주와 같았다. 주민들은 ‘예수님, 기아차를 우리에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마을 곳곳에 내걸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사바나시에 첨단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아메리카를 준공했다. 켐프 주지사는 준공식에서 “우리는 (테이프 커팅을 위한) 가위가 아니라 (공장 증설을 위한) 삽을 들어야 한다”고 추가 증설을 독려했다. 조지아주는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2019년 법인세를 6%에서 5.75%로 인하했다.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개정안(25%)의 23% 수준이다. 한국 기업에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내주고, 메타플랜트 공장으로 물류 수요가 급증하자 신공항을 짓기로 했다. 건설비 8000만 달러는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분담한다.
트럼프 1기 정부와 바이든 정부 8년간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나라는 단연 한국이다. 모두 1600억 달러(약 230조원)에 이른다. 배터리에 530억 달러, 반도체에 430억 달러, 자동차에 25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로 인해 일자리 83만 개가 미국으로 옮겨갔다. 한국 제조업의 메카인 울산·창원·거제의 일자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이번 관세 협상으로 미국에 투자를 약속한 금액은 조선업에 1500억 달러, 반도체·원전·배터리·바이오 등에 2000억 달러 등 총 3500억 달러에 달한다. 기존 투자액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단순 계산해도 한국 기업이 창출한 16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미국에 생긴다. 그만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집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다. 기업을 옭아 매는 이 법안에 국내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와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도 기업 철수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 협상안은 역대급이다. 가장 큰 쟁점은 통상임금 위로금으로 1인당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노조 방안대로 하면 사측은 82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노조는 또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4세로 연장하고,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시작했으니 이를 전체로 확산하기 위한 노동계의 입법 쟁취투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인들이 이에 동조하면 ‘노란봉투법’처럼 결국 국회에서 대못을 박게 된다. 한번 생긴 규제는 그 결과가 아무리 참혹하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꿀을 빨게 되지만 일반 근로자는 구조조정으로 밀려나고, 청년들은 노동시장에 아예 진입조차 못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질 것이다. 기업들도 높아진 비용과 규제를 피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사업을 접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GM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GM 부평공장은 이제 미국 수출물량에 대해 없던 관세를 15% 내야 한다. 미국 기업인 GM이 관세 혜택마저 없어졌는데 한국 사업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자본이 철수하면 노동자의 일자리도, 권리도 함께 사라진다. 이 당연한 원리를 왜 한국의 집권당과 귀족노조만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