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적자를 제조기업들만으로 메워야 하는가?

2024-11-05

전기는 현대 인류 문명에 있어 피와 같아서 우리 몸에 잠시라도 피의 흐름이 막히면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것처럼,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거의 모든 산업이 정지되고 말 것이다.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재면서 대체할 수 없는 에너지다. 재고로 보관기도 어렵고, 수출입도 불가능하다. 국내의 경우 전력산업의 고도화로 전압 불안정과 같은 품질 차이가 없어 가격만이 유일한 차별화 요소가 되는 특징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에 관한 정책을 논의할 때 기준은 항상 요금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싸다고 더 사용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요금이 비싸져도 써야 할 때는 반드시 써야만 한다. 특히 제조기업들에게 있어 전기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에 에너지 다소비 업종일수록 전기요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한국전력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월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16.1원(9.7%) 올린렸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평균 9.7% 인상되는 가운데 철강 등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h당 16.9원(10.2%) 오르며 1년 만에 다시 최대폭으로 올랐다.

물가·서민경제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택용, 일반 소상공인용 등은 동결하고 산업용 고객에 한정해 전기 요금을 인상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전체 사용량의 53.2%를 차지했기에 이번 인상으로 한전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 및 비철금속 제조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크게 늘게 되어 가뜩이나 부진한 경영실적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철근의 경우 원가 인상분이 가격에 자동으로 반영되는 포뮬러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가격 인상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철강, 비철금속 제품은 임가공비를 적기에 올리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황 기조 속에서 건설 등 전방산업 침체 장기화, 중국산 저가재 유입 확대 등이 맞물린 가운데 또 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중소 제조업체들도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전기요금이 제조원가 대비 30% 가량 차지하는 열처리, 주물 등 뿌리기업들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에서 조사기업 93%가 전기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77.5%는 납품단가에 전기요금 인상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77.2%는 직접적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도 답했다.

이런 와중에 한전 임직원 31명이 태양광 보조금을 수억 원씩 빼돌렸다가 적발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확인되어 대규모 징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부정·비리가 이어지고 있다.

누적 적자가 30조 원에 이르고, 200조 원의 부채가 있는 한전을 살리려는 것은 전기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자원이고, 한전이라는 기업과 그 역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으로 산업용 요금만 인상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오히려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뿐이다. 미봉책에 앞서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방만한 운영에 대한 철저한 보완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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