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 없어도 위험하다”…하루 2리터 물 안 마시면 벌어지는 일들

2025-08-22

“물 충분히 안 마시면 스트레스 반응 1.5배↑”… 수분 섭취, 멘탈 건강의 관계 밝혀져

‘하루 2리터(ℓ) 물 섭취’ 권장량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분 섭취 부족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인체의 생리적 반응을 훨씬 더 증폭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1.5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주목된다.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연구진은 건강한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분 섭취량에 따른 스트레스 반응 차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평소 하루 수분 섭취량 기준으로 상위 25% 그룹(남성 2.5ℓ, 여성 2ℓ 이상)과 하위 25% 그룹(1.5ℓ 미만)으로 나눈 뒤, 일주일 동안 각자 기존 습관대로 물을 마시게 했다.

이후 연구진은 소변과 혈액 검사를 통해 수분 상태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모의 면접이나 복잡한 수학 문제 풀이 등 심리적 압박을 유발하는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을 조성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 변화와 심박수, 갈증 정도 등의 생리 반응을 측정한 결과 수분 섭취량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물 부족한 그룹,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 50% 이상 증가

23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분 섭취가 부족한 하위 그룹은 심리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 수치가 상위 그룹보다 평균 50% 이상 더 높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을 충분히 마신 사람들보다 1.5배 강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심박수 증가, 손에 땀이 나는 증상, 입 마름 등 일반적인 스트레스 증상에서는 두 그룹 간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코르티솔 분비량이라는 핵심 생리 지표에서는 명확한 차이가 확인됐다. 물을 적게 마신 그룹이 특별히 심한 갈증을 느꼈다는 주관적 보고도 없었다.

즉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체내 수분 부족이 스트레스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왜 수분 부족이 스트레스 반응을 키울까?

전문가들은 수분 부족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는 메커니즘에 대해 뇌의 스트레스 반응 중추(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와 체내 수분 조절 시스템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분이 부족해지면 뇌는 이를 ‘탈수 상태’로 인식하고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신장에서 수분 재흡수를 촉진한다.

이 과정은 혈액량과 전해질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소프레신은 동시에 시상하부에 작용해 코르티솔 분비까지 유도하는 이중 작용을 한다.

몸은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 작동하는 동시에,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부작용도 함께 겪게 되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신진대사, 면역 반응, 혈압 조절 등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지속적으로 과다하게 분비될 경우 심혈관질환, 고혈압, 당뇨병, 우울증, 불면증 등 다양한 만성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 조언 “물 자주 마시는 습관, 멘탈 관리의 기본입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닐 월시 생리학 교수는 “코르티솔은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대응할 때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라며 “그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아지면 다양한 건강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나 시험, 마감 등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 예상될 때는 수분 보충을 습관화하는 것만으로도 반응 강도를 낮출 수 있다”며 “자주 물을 마시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수분 상태가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하루 2ℓ 이상 수분 섭취는 단순한 건강 관리 차원을 넘어 스트레스 조절과 만성 질환 예방에까지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어 “수분 섭취는 신체적 회복력뿐 아니라 정신적 회복력까지 끌어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웰니스 전략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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