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 항암치료 과정에서 기억력·집중력 저하를 경험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치매 발병 위험은 오히려 일반인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정수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0∼2016년 유방암 수술을 받은 7만 701명과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구 집단 18만 360명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이 일반 인구보다 오히려 8%가량 낮았다. 특히 항암치료 중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우 일반 인구 대비 치매 위험이 23%가량 낮아졌다. 7.9년(중앙값)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치매 진단을 받은 경우는 유방암 환자군에서 1000인년당 2.45건, 대조군에선 2.63건이었다. 1인년은 1명을 1년간 관찰한 값이다. 이를 토대로 나이와 성별, 소득수준, 거주지역, 체질량지수(BMI), 동반질환, 흡연·음주 여부, 활동량 등 치매 관련 다른 위험인자를 함께 분석했다.
탁센,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등 유방암 치료에 흔히 쓰이는 약들이 일시적으로 환자의 주의나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치매와 관련 있다는 증거는 없다. 연구팀은 오히려 안트라사이클린 계열 약은 타우 단백질 등 치매 유발 물질의 축적을 막거나 이미 쌓인 것들도 제거하는 식으로 보호효과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방사선치료의 경우 치매 환자의 뇌에 3그레이(Gy·흡수된 방사선 에너지의 단위)의 방사선을 조사했을 때 뇌의 염증반응이 줄어들어 인지기능이 향상됐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유방암을 방사선으로 치료할 때 50그레이(Gy) 당 평 0.2그레이(Gy) 가량은 뇌에도 방사선이 미친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비슷한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연구팀은 유방암 환자라면 항암치료 자체보다 다른 위험인자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치매 발생 위험이 흡연자는 2.04배, 당뇨병이나 만성 신질환(콩팥병)이 있으면 각각 1.58배, 3.11배까지 치매 위험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동욱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이 항암치료 중 인지기능 저하를 경험할 수 있지만 일시적인 것으로 치료과정에서 회복되기 마련"이라며 "항암치료로 인한 치매 걱정은 내려놓고 합병증 관리를 잘 하면서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수민 교수는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인 인지기능 저하를 겪는 분들이 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가 장기적인 치매 위험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치료에 대한 불안 보다 회복과 건강 유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