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학교, 민간업체에 방과후학교 운영 위탁
“검증 안 된 강사 유입으로 공교육 질 하락”
학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편향적” 비판
세종 지역 일부 학교들이 교육청과 학교에서 직접 맡았던 방과후학교 강사 채용 방식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면서 강사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교가 일차적인 강사 선정 과정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업체 선정이 최저가입찰 방식으로 결정되는만큼 교육의 질은 물론 강사들에 대한 처우도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지부와 (가칭)대전·세종 방과후강사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세종지역 초등학교 6곳이 ‘나라장터’를 통해 최저가입찰 방식으로 방과후학교 민간위탁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동안 개별 학교에서 강사를 선발해 운영하던 방과후학교를 민간위탁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해당 학교들은 수요자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설과 교직원 업무 경감 등을 민간위탁 추진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관리와 업무 편의 등을 이유로 교육 영역에서도 ‘외주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이미 다른 지역에서 방과후학교 민간위탁이 일반화된 사례가 있어 세종지역 학교들 사이에서도 민간업체에 강사 채용과 교육 프로그램 구성 등 방과후학교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맡기는 움직임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방과후학교 운영이 민간위탁 방식으로 바뀌면 당장 강사들의 처우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방과후 강사들은 학교와의 계약을 통해 학생 1인당 월 3만원 정도를 받고 수익자(학부모)부담형으로 강좌를 운영한다. 그러나 민간위탁업체를 통해 강좌를 진행할 경우 정해진 시급(2만5000~4만원)만 받고 일을 해야 한다. 수입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민간위탁과 이에 따른 강사들의 처우 악화는 방과후학교 수업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강사들의 주장이다.
세종지역 방과후강사 A씨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 시행된 민간위탁사업자 최저가입찰제로 방과후강사들의 처우가 최악이 되고 업체가 강사들을 상대로 소개비를 요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최저가입찰제로 선정된 업체인 만큼 수익을 맞추기 위해 형편 없는 교구와 교재 등을 수업에서 활용한다”고 말했다.
A씨는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학부모 수업 평가 등을 통해 매년 자질을 검증받고 있는 반면 업체는 학교장이 결정하면 선정되는 만큼 전문성없는 강사들이 공교육 현장에 대거 유입될 수 밖에 없다”며 “벌써부터 당근마켓 등에서는 ‘전문성이 없어도 방과후학교 또는 늘봄학교 강사를 할 수 있다’는 업체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사들은 민간위탁 추진 과정의 의견수렴 문제도 지적한다. 강사 박모씨는 “갑작스럽게 세종지역 일부 학교에서 업체 위탁과 개인 위탁 운영 방식의 장·단점을 명시한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했다”면서 “누가 봐도 업체 위탁에 동의하게끔 하는 편파적인 조사였다”고 비판했다.
생계 위협에 직면한 방과후강사들은 집단적인 반발에 나섰다. 대전·세종지역 강사 100여명은 이날 세종교육청 앞에서 업체 위탁 등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8일부터 진행된 반대 서명운동에는 강사 등 3600여명이 참여했다.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는 교육부에서 발간하는 ‘방과후학교 운영 길라잡이’에 맞게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며 “길라잡이에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방과후학교 운영 방식을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고 교육청은 학교의 결정을 신뢰하고 관련 행정 업무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