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자리로 보는 세상만사] 발바닥 용천혈과 삶의 흔적

2025-03-17

한의학에서는 심장을 보조하는 기능을 가진 혈자리를 용천혈(湧泉穴)이라 부릅니다. 인체의 360개 혈자리 중 유일하게 발바닥에 위치한 혈자리로, 이름 그대로 ‘샘물이 솟아나는 곳’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발바닥 앞쪽 2/3 지점의 중앙 움푹 들어간 곳에 있으며, 인체의 가장 위쪽인 머리 정수리의 백회혈(百會穴)과 정반대에 해당합니다.

용천혈은 한의학 임상에서 매우 중요한 혈자리로, 발바닥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머리와 뇌의 질환 치료에 자주 활용됩니다. 하지만 자극이 매우 강해 의식이 없는 환자가 아닌 이상 침치료보다는 다른 자극요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시신도 용천혈에 침을 놓으면 침 놓은 한의사의 뺨을 때리고 다시 죽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강한 반응을 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희 침뜸병원에서는 특히 수족냉증 치료에 용천혈 뜸 치료를 자주 활용합니다.

한의학에서 진단 시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망문문절(望聞問切)이라는 사진법(四診法)이 있습니다. 이는 ‘보고, 듣고, 묻고, 만진다’는 뜻으로,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용천혈이 위치한 발바닥의 상태를 보고 환자의 성격을 유추하기도 합니다.

침뜸병원 옆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 정비소가 있습니다. 그곳의 정비소 사장님은 4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자동차를 고쳐온 베테랑입니다. 사장님은 타이어의 마모 상태를 보면 운전 습관과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 원래 타이어(Tire)의 정식 명칭은 ‘러버 휠(Rubber wheel)’인데, 어느 순간 ‘피곤하다(Tired)’라는 의미로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 부품 중 가장 피곤한 것이 타이어이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운전자의 습관을 통해 성격을 유추할 수도 있습니다. 타이어를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를 반복하는 운전자들은 대개 과격한 성향을 보이며, 그들의 차량 타이어는 심하게 닳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습관은 몸에 흔적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병으로 나타납니다.

동의보감 내경편 기문(氣門)에는 ‘인지오지 유노위심(人之五志 惟怒爲甚)’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다섯 가지 감정 중에서도 분노가 가장 해롭다는 뜻입니다. 사회생활에서도 화를 내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문데, 건강에는 더욱 치명적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노즉기상(怒則氣上), 즉 화를 내면 생명기운과 혈액이 위로 쏠려 머리가 아프고, 눈이 충혈되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심지어 뇌까지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저희 병원에는 중풍 후유증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이 많은데, 진단해보면 상당수가 과도한 분노로 인해 뇌에 손상을 입은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내 자동차의 타이어에는 어떤 흔적이 새겨져 있을까?’ ‘잘못된 습관이 내 몸에 남긴 흔적을 되돌릴 수 있을까?’ 우리는 가끔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의 성격은 사소한 곳에서 드러나고, 쉽게 감춰지거나 즉흥적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언젠가는 예상치 못 한 순간에 나타납니다. 이처럼 잘못된 습관이 쌓이면 어느 순간 질병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오늘 거울 대신 발바닥을 한 번 들여다보세요. 발뒤꿈치에 굳은살이 있는지, 새끼발가락 옆에 굳은살이 있는지, 발 전체의 상태는 어떤지 살펴보며, 나의 생활습관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특히,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용천혈의 상태를 점검해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강병선 / 침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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