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송도에서 사제 산탄총으로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A씨가 며느리와 손주 등 가족 모두를 살해하려 했다는 유가족 측 증언이 나왔다.
인천 총기 사건 사고 유족 측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A씨는 피해자와 함께 그 자리에 있던 며느리와 손주들을 모두 살해하려고 했다”며 “피해자를 향해 총을 두발 발사한 뒤 피해자의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숨어 있던 (A씨의) 며느리가 잠시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왔을 때 A씨는 총기를 재정비하며 며느리를 추격했다”며 “며느리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문을 잠그자 수차례 개문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했다.
유족 측은 이런 정황을 이유로 들어 “A씨는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했으나 총기의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A씨가 주도면밀하게 계획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라고 했다.

유족은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이혼에 의한 가정불화로 범행했다’고 진술한 데에도 반박했다. A씨는 사건 다음날 새벽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가정불화를 겪었다. 알라고 하지 말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유족은 하지만 “피해자의 어머니는 A씨의 잘못으로 25년 전 이혼했지만 피해자인 아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아들이 결혼할 때까지 사실혼 관계를 유지, 동거하며 가족에 헌신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혼인한 이후인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이혼사실을 알렸지만, 피해자는 A씨가 받을 심적 고통을 고려해 이혼 사실을 알고 있음을 내색하지 않았다”며 “그렇기에 A씨에게는 참작할만한 어떤 동기도 없다”고 했다. 실제로 A씨와 그 가족들은 사건 당일 A씨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씨가 ‘가정불화’ 외에는 다른 동기에 대해 어떤 진술도 하지 않고 있어 범행 동기는 더 미궁에 빠졌다. 참석자를 모두 살해하려고 한데다가 본인의 아파트에 다수의 생명을 해칠만한 대량의 폭발물까지 준비해 둔 상황인 만큼 A씨의 진술이 납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한 인천 연수경찰서 관계자 역시 “A씨가 총기 범행 이전에 서울 도봉구 자택에 인화성 물질을 직접 제작해 설치해 둔 상태였다”며 “A씨가 다시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또 본인의 거주지에 폭발물을 설치한 이유로 ‘생을 포기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A씨가 범행 직후 검거된 장소가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는 점에도 의문이 남는다. 법원은 지난 22일 오후 11시쯤 A씨가 주거지 폭발을 시도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는 점,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도망할 염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가 명확히 진술하지 않고 있는 만큼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 프로파일러를 긴급 투입한 상태다.
한편 경찰은 20일 오후 9시 31분쯤 신고를 받고도 경찰 특공대가 접수 72분 만인 오후 10시 43분쯤 현장에 진입한 것을 두고 ‘초동 대응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신고 내용을 고려했을 때 A씨가 총기를 소지한 채 자택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컸고, 무리하게 진입하면 총격전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었다”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했다.
다만 총상을 입은 피해자에 대한 응급조치가 늦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대테러, 인질 구출 훈련을 상시로 하는 특공대의 진입이 너무 늦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은 여전하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위치와 상황이 구체적인 신고였기에 위험한 상황임을 판단했다면 더 빨리 대응책을 세웠어야 한다”며 “경찰특공대가 신속하고 강한 조치를 위해 운용되는 조직이고, 72분이라는 시간은 피해자의 사망도 막을 수 있는 시간인 만큼 조치에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