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떠오른 '주가 누르기'…이소영 "편법 상속 막아야"

2025-11-04

대주주 주가 저평가로 세금 회피 문제 지적

한화 등 사례로 '주가누르기 방지법' 취지 부각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국정감사에서 대주주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세금을 줄이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속·증여세 과세 기준의 불합리를 지적하며 "상장기업의 주가 저평가를 이용한 편법 승계가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국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의원은 "상장사는 4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비상장사는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 형태에 따라 세금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며 "대주주가 마음만 먹으면 주가를 낮춰 세금을 줄이는 일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한화그룹의 순자산이 작년 기준 40조원인데 시가총액이 4조원에 불과한 사례처럼 주가가 회사의 실질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구조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상장 과정이나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 급락이 반복된 기업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승계나 세금 절감을 염두에 둔 인위적 조정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국감에서 ▲명인제약의 고령 오너 상장 추진 ▲신도리코의 자산가치 대비 낮은 시가총액 ▲고려아연·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증자 발표 직후 주가 급락 ▲애경산업·한양증권·롯데렌탈 등에서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주식 거래가격 차이가 2~4배에 달한 사례 등을 언급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기업 외에 최근에는 시가총액이 회사 가치의 0.5배 미만이 초저PBR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오히려 담보로 교환사채(RB) 발행까지 하며 오너가의 승계구도를 지원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PBR 0.2 미만인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사채를 발행해 투자자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트러스트자산운용이 EB발행 가처분 소송까지 냈지만, 패소했고 현재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을 두고 "자사주 악용을 방치한 결정"이라며 "자사주는 본래 주주환원 수단이지만, 현실에서는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돼 소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중소 규모의 상장사에도 이 같은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삼호개발은 PBR 0.3배로 오랫동안 저평가 구간이면서도 자사주 264만주 가운데 교환사채로 113만주를 발행하고 88만주만 소각했다. 오너 2세인 이영열 사장이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증여 및 상속 이슈가 있다.

이 의원은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50~60%지만 실질세율은 20~30%에 불과하다"며 "대주주의 세금 부담을 결정하는 평가 방식 자체를 바로잡지 않으면 시가주의 원칙이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목상 20% 할증보다 시장 현실을 반영한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상장주식 물납 허용으로 현금 납부 부담을 덜어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 5월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상장주식의 시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비상장주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하도록 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한 인위적 주가 저평가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상 상속세나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을 평가할 때 상장주식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기준 전후 2개월(총 4개월)간의 평균 시가로 산정한다. 반면 비상장주식은 순자산가치와 순이익가치를 일정 비율로 가중평가해 세액을 산출한다. 이 때문에 상장주식의 경우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로, 기업 오너 일가가 주가 저평가를 유도하면 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장주식의 평가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PBR 0.8 미만), 비상장주식과 동일하게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해 세금을 매기도록 규정했다. 평가가액의 하한선을 순자산가치의 80%로 설정해 인위적 저평가를 통한 편법 상속·증여를 차단한다는 취지다.

또한 상장사 최대주주에 적용되는 상속·증여세 20% 가산세율을 폐지해 정상적으로 주가가 형성된 기업의 세 부담을 완화하도록 했다. 동시에 현금 납부가 어려운 경우 상장주식 물납을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세금 납부 과정의 현실성을 높였다.

onew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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