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제약바이오 업종은 여전히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업계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실제 참여율은 극히 낮고 실질적인 성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밸류업 가이드라인 공개 이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상장사는 350여 개사 가운데 11곳에 불과하다. 전체 업계의 3% 수준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알테오젠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계획을 발표하지 않아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시 기업 11곳 중에서도 후속 이행 현황을 시장에 공유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일부 기업,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반 혈액·암 분석 기업 노을이 상반기 매출 성장 등 일부 지표를 공개했지만 나머지 기업은 계획 발표 이후 성과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밸류업 참여가 형식적 공시로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소극적 참여 배경으로 제도의 설계 방식과 인센티브 부족을 꼽는다. 정부는 기업 자율성을 강조하며 구체적 목표 설정과 사후 검증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참여에 따른 실익이 명확하지 않고 참여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는 구조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책 취지와 달리 기업 전략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시장 반응 역시 미온적이다. 공시 기업 11곳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기업인 셀트리온과 유한양행은 공시 이후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고 후속 공시를 한 노을도 주가가 25% 이상 떨어졌다. 제약바이오 업종은 신약 임상 성공, 기술이전 등 연구개발(R&D) 성과와 기대감이 주가를 주도하는 특성상, 밸류업 공시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제약바이오 기업은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을 급증시키고 있다. EB는 일정 조건에서 채권자가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으로 신주 발행 없이 저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R&D 비용 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올 들어 9월까지 국내 기업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 건수는 67건으로 지난해 전체(28건)의 2배 이상 증가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종근당, 대원제약, 삼천당제약 등 전통 제약사와 일부 바이오텍이 EB 발행에 참여했다.
그러나 EB 발행은 주주환원 취지와 상충할 가능성이 크다. 자사주를 소각해 발행주식 수를 줄이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대신, EB로 유동화하면서 경영권 방어나 단기 자금 확보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감안해 지난 10월 EB 공시 요건을 강화했다. 발행 사유, 주주 영향, 재매각 계획 등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이에 따라 광동제약은 EB 발행을 철회했다. 향후 제약바이오 업계가 자사주 기반 EB 발행에서 제한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적극적으로 공시하고, 목표 달성 여부와 향후 개선 전략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높이는 길이라고 진단한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적극적으로 공시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두고 투자자들이 차별적인 밸류에이션 잣대를 적용할 것은 뻔하다"면서 "목표를 제시하면 지켜야 한다는 부담으로 공시에 소극적일 수 있는데 달성을 하지 못하더라도 원인과 향후 개선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후한 평가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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