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애경그룹의 계열사 애경산업이 지속적으로 출혈이 발생하고 있는 AK플라자에 금전 500억원을 대여하며 자금 지원에 나섰다. 애경그룹이 AK플라자의 자금 보충처로 애경케미칼·제주항공이 아닌 애경산업을 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애경그룹의 지주사 AK홀딩스는 자회사인 애경산업이 AK플라자에 500억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9일 공시했다. 이로써 애경그룹은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신용등급을 제고하고 애경산업은 이자수익 확보할 수 있다. 이율은 5.68%다.
애경그룹의 지배구조는 애경자산관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채형석 총괄부회장 외 특수관계인들이 애경자산관리 지분 100%를 소유하고 해당 기업이 지주사 AK홀딩스의 최대주주(18.91%)로 위치하고 있다. 채 총괄부회장은 직접 AK홀딩스 14.25%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AK홀딩스를 중심으로 포진한 계열사는 크게 화학·생활용품과 화장품·항공운송·백화점·부동산부문으로 나뉜다. 화학부문은 애경케미칼, 생활용품과 화장품부문은 애경산업, 백화점부문은 AK플라자, 부동산부문은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이 주요 계열사다.
그중 백화점부문의 AK플라자가 아픈 손가락으로 통한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은 380억원으로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출혈이 생겼다. 같은 기간 부채는 1조927억원으로 자산 1조1039억원에 근접해가고 있다.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자본은 112억원이다.
이러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유상증자를 진행해 자금을 수혈했던 것으로 보인다. AK플라자는 2023년 2월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로부터 790억원, 애경자산관리로부터 212억원을 출자받았다. 이를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채무를 상환했다.
올해 11월에도 운영자금 1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AK플라자의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인터파크커머스에 5억원에 양도한 후 이뤄진 자금 수혈이다. 전자상거래 사업부문을 양도하면서 AK플라자는 경영효율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이뤄내고자 했다.
이 가운데 추가적인 자금 조달 필요성이 생기면서 AK플라자는 애경산업으로부터 500억원을 대여받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애경케미칼로부터 차입한 자금 5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이를 보면 애경산업이 내부거래를 통한 차입처를 애경케미칼에서 애경산업으로 변경하는 양상이다. 애경그룹이 AK플라자의 자금을 보충해줄 수 있는 계열사로 애경산업을 선택한 반면 애경케미칼은 이전에 비해 역할이 다소 줄어든 양상이다.
실제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규모는 4909억원인 애경산업에 비해 1조337억원인 애경케미칼이 더 큰 반면 당기순이익에서는 엇갈렸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애경산업은 334억원, 71억원을 기록했다. 애경그룹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애경산업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항공의 경우는 매출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2024년 개별기준 3분기 누적 매출은 16.1% 증가한 1조427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051억원으로 24%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403.2% 수준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AK플라자가 공시한 내용과 같이 자금운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애경산업으로부터 500억원을 차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