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경계령’에…대형 건설사, 온열질환 예방 총력전

2025-07-09

이례적인 폭염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건설 현장이 ‘온열질환 경계령’에 돌입했다. 실제 근로자의 사망 사고까지 발생하자 건설업계는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경북 구미의 한 건설현장에서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증세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구미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35도에 달했고, 구조 당시 재해자의 체온은 40도였다. 당국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실제로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4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총 74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5명)보다 67% 증가했다.

특히 최근 6년간 업종별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 중 건설업이 4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외 고온 작업이 많은 건설업 특성상 폭염에 가장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혹서기 특별대책을 속속 가동하며 근로자 보호에 나섰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현장 대응’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비판도 여전히 제기된다.

DL건설은 6월부터 9월까지를 ‘혹서기 온열질환 집중 기간’으로 설정하고, 하도급 작업반장까지 참여하는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더위사냥 3보(보급·보호·보장) 활동 캠페인’을 통해 그늘막, 음료, 휴게시설 등 기본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혹서기 비상대응반을 구성해 일일 기상 모니터링과 단계별 대응 지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는 친환경 이동 쉼터인 ‘찾아가는 쿨 버스’를 도입했으며, 고위험군 근로자를 대상으로 혈압과 체온을 매일 확인하는 건강관리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현대건설은 ‘마시GO, 가리GO, 식히GO’라는 슬로건 아래 ‘3GO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디지털 플랫폼인 ‘H-안전지갑’을 통해 기상 특보와 연동된 휴식 알림, 캠페인 전용 음원 송출 등으로 현장 인식을 높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매년 시행 중인 ‘HDC 고드름 캠페인’을 올해는 6월 초부터 조기 시행했다. 냉각음료, 냉방장비, 환기 시스템 등을 확대하는 한편, 고령자나 건강 취약 근로자를 위한 밀착관리제도 도입해 실시간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ICE BOMB 캠페인’을 통해 이온음료 2만 7000개를 전국 현장에 배포했다. ‘대프리카 쿨박스’, 간식 트럭, 아이스크림 제공 등 복지지원도 병행하며, 체감온도 기준 작업시간 조정, 휴식 의무화, 작업중지권 보장까지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최근 대구 수성구 건설현장을 직접 찾아 근로자들에게 캠페인 물품을 전달하고 안전 점검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폭염을 기후변화의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실외 고강도 노동이 이뤄지는 건설현장에서는 ‘생명권 보장’ 차원의 체계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폭염은 단순한 날씨 이슈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안전 문제”라며 “단순 물품 지원이나 캠페인 차원을 넘어, 작업중지권 실질화와 기온 기준 작업 중단 매뉴얼 등 현장 중심의 정밀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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