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폭염이 정전, 가뭄, 산불 피해를 낳으면서 이중고를 겪는다.
그리스는 전날인 8일(현지시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아크로폴리스에 관광객 출입을 금지했다. 관광객이 더위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아크로폴리스는 고대 신전이 자리한 유명 관광지다.
이날 그리스 전국 최고기온은 42도, 수도 아테네는 38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됐다. 그리스 당국은 일부 지역에서 오후 시간 중 야외 육체노동 및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마르세유 외곽에서는 이날 큰 산불이 났다. 시속 100km에 달하는 강풍으로 화재가 빠르게 번지면서 주민 400여 명이 대피했고 100여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 화재로 프랑스 제2의 공항인 마르세유 공항이 폐쇄됐으며 일부 열차 운행도 멈췄다. 스페인 카탈루냐주 타라고나 근처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전날 약 3000㏊의 숲이 탔다.
산림 모니터링 기관 ‘글로벌 포레스트 워치’의 사라 카터 연구원은 “남유럽 일부 지역은 뜨거운 열기와 극심한 가뭄, 유칼립투스 등 불에 잘 타는 외래종 재배 환경이 어우러지면서 산불이 번지기 쉬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기록적 폭염에 따라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바르샤바의 불와리 관측소는 폴란드에서 가장 큰 강인 비스툴라강 수위가 13cm까지 내려갔다고 밝혔다. 일부 지류에선 강바닥이 드러났다.
폭염이 정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선 지난 5~6일 유명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 에펠탑 인근 거리, 국회 등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고 현지 일간 르몽드 등이 전했다. 정전은 땅속 송전선이 열기에 달아올라 끊기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위에 따른 사망자 발생도 이어졌다. 영국의 임페리얼칼리지 런던과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소속 과학자들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10일 동안 스페인 바르셀로나·마드리드,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등 12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지역에서 약 2300명이 폭염 탓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더위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보험·경제연구기관인 알리안츠리서치는 “폭염으로 올해 유럽 경제 성장율이 기존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후환경단체 ‘모두를 위한 기후 회복력’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주요 도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럽 도시들은 1년 중 최장 5개월 폭염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여름 폭염의 원인으로는 상공의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열과 습기를 특정 지역에 가두는 ‘열돔’ 현상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