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전에 40도, 폭염 안전권은 모두의 기본권이다

2025-07-09

폭염의 새 기록이 줄잇고 있다. 초복(20일)도 열흘 넘게 앞둔 지난 8일 경기 광명의 낮 기온이 40.2도까지 치솟았다. 파주·의왕도 처음으로 7월 초에 40도를 넘겼고, 서울도 역대 기록인 37.8도를 찍었다. 8일까지 ‘이른 폭염’으로 생긴 온열질환자는 1228명으로 지난해의 2.5배, 가축 폐사는 21만9352마리로 4.7배나 급증했다. 경북 구미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베트남 국적 20대 청년 노동자가 체온 40.2도 몸으로 앉아서 숨진 채 발견된 안타까운 사고도 일어났다.

폭염은 생명·안전을 넘어 물가·전력·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오이(10개) 평균 소매가격은 1만1914원으로, 평년보다 30.5% 올랐다. 깻잎·수박·시금치도 작황이 나빠 가격이 뛰고 있다. 8일 오후 6시 1시간 평균 최대전력수요는 95.7GW로 역대 7월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양식어장과 원전을 위협할 해수 온도도 비상등이 켜졌다. 폭염 경고가 빨라지고 세지고 전방위적이다.

폭염은 더 이상 계절적 현상이 아니다. 악화되는 기후위기의 산기록이자, 국가별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탄탄한지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알리안츠리서치는 “올해 폭염으로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불볕더위·열대야가 일찍 덮친 한국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 노력뿐 아니라 공동체의 안전망 구축,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야외에서 일하는 농민과 건설·배달 노동자에겐 충분한 휴식과 냉방장치, 음용수 제공이 보장돼야 한다. 야외 사업장에선 규제개혁위원회가 거부한 ‘2시간 노동 시 20분 휴식’ 조치가 의무적으로 지켜져야 하고, 필요시 작업 중지도 발동돼야 한다. 노약자·기초수급자 등 에너지 약자에게는 냉방비 지원과 쉼터 확대와 같은 실질적·직접적인 지원이 닿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가축·어류 피해와 전력 대란도 한발 앞서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폭염은 재난이라는 인식이 더 확고해져야 한다. 더위를 피할 수 없고, 야외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폭염은 하루하루 생존의 문제다. ‘폭염안전권’은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구도 폭염 탓에 삶과 생계 기반을 잃지 않도록 국가적 보호막이 촘촘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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