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와중에…'노란봉투법' 전리품 챙기려는 노동계

2025-01-22

'내란세력 완전 청산 노동법 전면 개정' 투쟁 선포식

'대행의 대행' 체제 노려 노란봉투법 통과 압박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 무한 확대 통한 '무소불위 권력' 추구

탄핵 정국에 따른 혼란이 장기화되는 와중에 그동안 탄핵촉구 투쟁의 중심에 서온 노동계가 ‘전리품 챙기기’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노동개혁을 무위로 돌림과 동시에,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최대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내란세력 완전 청산 노동법 전면 개정’을 기치로 내걸고 ‘2025 투쟁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노조는 일정 공지와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는 윤석열 즉각 파면, 내란 세력 청산, 윤석열 노동정책 폐기로 시작한다”면서 “특히 윤석열이 거부했던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더는 미룰 수 없다. 수많은 하청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 손배가압류로 노동3권을 빼앗긴 노동자를 위해 ‘지금 당장’ 노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사측의 피해에 법적 대응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는 산업 현장의 혼란이 심해지고, 1년 내내 상시파업이 이뤄져 노사관계 파탄을 넘어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며 노란봉투법 통과를 반대해 왔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무산된 이후 22대 국회에서 6개 야당에 의해 재발의됐던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하면서 기업을 옥죄는 독소조항이 더해졌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막힌 22대 국회 버전 노란봉투법에는 근로자‧사용자 개념을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청업체, 협력사 직원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할 수 있도록 했던 21대 국회 버전의 노란봉투법에 더해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할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기존 조항은 삭제됐다.

이 법안대로라면 개인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노조를 만들어 이전에는 ‘계약 관계’였던 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를 벌이는 게 가능해진다. 해고자도 노조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고, 심지어 노조가 사측을 괴롭히는 데 특화된 ‘전문 시위꾼’을 영입할 수도 있다.

특히 ‘원청이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으면 하청 근로자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삭제되면서 대기업은 수천 개 하청 근로자들이 제각기 교섭을 요구할 경우 수천 번의 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노조원의 불법 쟁의행위에도 완전한 면죄부를 부여하는 내용도 담겼었다. 이전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로 회사가 피해를 입었을 때 노조원 개인의 불법행위나 책임을 회사가 입증하도록 했었는데, 새 노란봉투법은 아예 사측이 노조원의 불법 쟁의에 대응할 여지를 없앴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동조합 이외에 근로자 개인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22대 국회 버전 노란봉투법은 재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에 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시행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국무총리가 잇달아 탄핵되고 경제부총리가 ‘대행의 대행’으로 내각을 이끌어가는 상황이 되자 노동계는 이를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킬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는 만큼 노란봉투법도 재추진돼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입지가 불안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부담이 클 것임을 감안한 노림수도 읽힌다.

그럼에도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켜야 할 야당이 노란봉투법 추진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하자 그동안의 ‘탄핵촉구 투쟁’에서 ‘노조법 개정 촉구 투쟁’으로 노선을 전환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와 야당은 이번에도 ‘탄핵 너머’를 상상하는 노동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니, ‘정권교체’가 우선이니 ‘나중에’라고 할 것인가. 더 이상 ‘나중에’는 안 된다. ‘탄핵 이후’, ‘대선 이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핵 정국 이후 조기 대선으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노란봉투법을 바로 수용하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노동계의 조급증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일 때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노조를 상대하고 산업현장의 혼란을 수습하는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면 되지만, 그걸 직접 짊어질 입장이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민주당에서 추진됐던 노란봉투법이 당시엔 조용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잇달아 발의된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면서 “여당이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다면, 국정 운영 파트너인 정부에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강성해진 거대 노조와 경제 파탄의 리스크를 떠안기는 셈인데, 고민이 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도 이를 감안해 민주당을 향한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앞선 기자회견에서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바로 조기 대선이다.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노동자의 목소리가, 소수자의 목소리가 저절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의 삶과 노동은 하나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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