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과 희망, 변화와 혁신이 뒤 섞인 2025년. 대한민국IT산업의 권위자들인 대한민국IT구루가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해 선정된 구루 5인은 첫 활동으로 특별좌담회를 통해 우리 사회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산업이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좌담회에는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 2차관이 참석해 거대담론과 정치·경제·사회적 대혼란을 타개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논의했다.
대한민국IT구루 5인은 수십년전 각각의 분야에서 대한민국IT산업 선구자로, 이제는 대가·권위자의 반열에 오른 인물들이다. 이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산업을 뒤흔드는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담담하게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기준과 원칙을 지적했다. 가장 크게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시대정신'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한민국 정신으로 기업가 정신이 자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창의성과 다양성, 역동성, 도전정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30여년간의 산업의 역사를 반추할 때, 이러한 정신이 IT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경제부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구루 5인과 강 차관은 최근 국제 정세는 기술을 무기로 한 자국우선주의에 의해 재편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패권 경쟁 격화하는 가운데 우리 산업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창업과 인공지능(AI) 활용 경영지원, 수평적 거래에 기반한 생태계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회장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사회=문보경 전자신문 플랫폼유통부장
◇문보경 전자신문 플랫폼유통부장(사회)=참석자 모두 정치·경제·사회 대혼란 속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실 것이다.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AI 대전환기 속 해외 발 AI 충격에 연타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 진단과 함께 시급한 과제에 대한 논의를 우선 해보자.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지난 30년동안 우리가 중국 성장 등에 올랐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의 과잉 생산이다. 그동안 중국은 우리의 중요한 성장 파트너였지만, 이제는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을 만나보면 제조업과 AI의 결합이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할 것 같다. 피지컬AI가 나오는데, 외국사람들이 너희는 피지컬이 있지 않냐고 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에 AI만 접목시키면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다. 한편은 종래 제조업의 위기지만, 지금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중요한 변곡점이다. 예를 들어 최근 삼성전자는 초토화됐다. 파운드리 투자한 것도 다 중단됐다. 파운드리는 철저한 생태계인데, 삼성전자는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하려고 했다. 기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수직적 체제가 이제는 TSMC에 맞춘 젠슨황과 같이 '생태계 차원'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스타트업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을 하청회사로 인식한다면 더이상 대기업이 살아날 수 없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얘기는 항상 반복된다. '특별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20~30년 전 우리 벤처 생태계를 생각하면 지금 상황은 굉장히 좋아졌다. 30년 전인 1995년, 실리콘밸리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인터넷의 쓰나미였다. 인터넷이 우리 세상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AI다. 그때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IMF가 터지고 나서 미국으로 건너가 기술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미국 시스코처럼 라우터를 만들어보자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다산네트웍스의 뿌리가 됐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경험을 반추하면서 대처해 나가자.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회장=사회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의 목적은 사회적 부를 생산하는 것이며 그 주체는 기업이다. 그리고 AI가 기업의 역량 중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경영도 산업도 다 예측을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전 세계에서 예측을 가장 탁월하게 하는 것이 AI다.
1·2차 산업혁명은 사회가 정상적으로 안착되는 데 200년이 걸렸지만, AI 기반 혁명은 5년 남짓 걸리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거대언어모델(LLM)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가지게 된 지 2년 정도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이미 문화, 일하는 방식, 상품의 내용 등이 달라졌다. 우리 회사는 소프트웨어(SW) 개발 회사인데, 개발자가 없어졌다. 상품을 만들려면 디자인이 중요하지만, 디자인 직무가 없어졌다. 전부 다 기획으로 전환됐다. 저 같이 늙고 구부러진 '구루'도 60~70%를 LLM과 일하고 있다. 엄청난 변화 속 사회와 경제, 산업, 기업이 당황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지금 제대로 비춰줘야 한다. LLM을 기업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구루들이 나서야 할 때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투자금이 많이 줄었다. 미국은 은행이 IB 스타일로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한다. 미국도 론(loan)이 있지만 IB가 많다. 우리도 론도 있고 IB도 있지만, 투자펀드가 산업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결국 산업계의 문제가 크다고 본다. 기업이 아웃풋을 내지 못하니 적극적으로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벤처 IT 기업이 성과를 내야 할 때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세계는 자원을 무기화하고 WTO나 FTA와 같은 국제기구가 기능상실해, 자국우선주의로만 흐르고 있다. 반도체·바이오 등 대한민국 13대 주력산업기술 중 앞으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기술은 1~2개 정도 뿐이다. 일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고 기술자들이 사라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먼저 더 잘하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혁신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 '잘 시키는' 힘의 리더십에서 '잘 하게 하는' 모범의 리더십으로 변화해가야 한다. 모방을 위한 99% 의 경쟁력에서 혁신을 위한 1% 의 경쟁력을 갖추자. 세계 최고 기술자 보호육성 정책이 절실하다. 혁신의 가치를 옳바르게 평가하고, 보호하는 강력한 사회시스템이 필요하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2025년은 사실은 IT산업에 굉장히 의미 있는 해다. 정보화 촉진기금의 촉진 기본법을 만든 게 1995년이다. 그리고 정보통신부가 법적으로 출범한 게 1995년이다. 초고속 정보 통신망 구축 계획을 발표한 후 직접 첫 발을 내디딘 것도 1995년이다. 2025년, 30년이 이제 지났다. 그간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 세계 무대에서 제법 고개 들고 IT한다고 그러면 배우러 오겠다고들 했다. AI시대에도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면 한국은 굉장히 유니크한 그런 나라인 것 같다. AI 정상회의도 준비하면서 규범도 정리했다. 미국과 EU 사이에서 또 다른 중국이라는 그룹도 있었지만 지금의 위치에 왔던 것 같다.
우리 젊은 세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대가 아닌가. 일본이 두렵지 않은 세대, 세계에 무조건 나가서 한 번 덤벼보는 세대다. 그러한 역동성을 가지고 어떻게 미래 30년, 50년을 가져갈 수 있을까가 우리가 논의할 내용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쓰나미처럼 몰아친 AI 전환기, AI 활용한 경영 지원 필요
포용적·관용적 사회 분위기도 혁신 활성화에 기여
기업의 자금 선순환되도록 세금문제, 투자제도 개선
혁신기술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허가나 승진 제도 개선도 필요
◇사회=우리는 이미 AI라는 쓰나미를 맞고 있다. 기업, 정부, 학업에 집중하는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이형우= 미국과 중국이 경주를 하고 있는 펀드멘탈한 일은 안 하는 게 맞겠다. 초창기에 우리도 컴퓨터 시대가 올 테니 OS를 우리도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일본이 자체적인 OS를 만들어서 사용을 했다. 그게 일본 경제의 10년을 발목을 딱 잡았어요. 그때 이미 IBM 호환 기종들은 수많은 SW들을 만들어내게 됐고 그게 부를 일으켰다. 우리는 이제 AI 애플리케이션을 각 기업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구루들이 밝혀주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또 하나는 기업과 산업이 사회의 현재를 담보해 준다면 미래를 만들어주는 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절망적이다. 대학이 교수분들의 직장인지 말 그대로 사회 미래를 책임지는 상아탑인지 참 염려되고 안타깝다.
◇이금룡=교수 창업, 교원 창업을 통해 기술력의 확보가 가능할 듯하다. 카이스트는 휴학 관련 제도를 없애버렸다. 예전에는 휴학하면 2년 만에 복학을 해야 했다. 창업하고 2년 후 복학할 수 있겠는가. 또, 정년을 없애야 한다고 본다. 70세든 75세든 랩 안에서 교수를 중심으로 협동이 이뤄져야 한다. 창업자가 대학 내에서 연구원들과 같이 할 수 있도록 터를 마련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앞서가는 길이다.
기술이 있는 사람이 창업에 눈 돌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창업은 어렵다. 기술이 없는데, 경영만 잘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기술이 있는 사람이 계속 나오게 하되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이 품어서 엑시트를 시키고 키워나가야 한다.
◇조현정=기술 창업 기업의 경우 잘나가는 선배 기업과 얼라이언스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교수님들은 기술과 아이디어는 좋은데, 실제 현업은 모르니까 사업 성공 스토리가 극히 드물다. 전에 중소기업청의 지원 중 선배 기업가가 후배 창업자를 인큐베이팅 하는 제도가 있었다. 선배 창업자 건물에 후배 창업자를 입주시키기도 했는데, 이렇게 하니 필드에서 창업하는 것보다 경영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더라. 기술 수준이 높은 교수님 창업을 성공 모델로 끌고 가려면 매우 많은 지원들이 필요하다.
◇남민우=우리 사회가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 포용성이냐 관용성을 기르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이 사회가 관용적이야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강도현=동의한다. 예컨대 오픈 AI가 한국의 기업이었다면, 과연 20달러를 내고 불안정한 서비스를 시장에 론칭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창업의 성장 시기 실패에 대해 용인할 수 있는 사회인가 보면 그렇지 않더라.
우리 사회가 좀 부족한 부분도 다양성을 가지고 인정하면서 '윌링 투 페이'할 수 있는 문화를 좀 만들어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돈을 내고도 부족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하는 문화다. 또 거기에 정부가 과하게 시장 개입을 하지 않는 문화 등이 소프트웨어 성장의 기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민우=인수합병(M&A) 문화도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 후 액싯하는 80~90%의 방식이 M&A다. 대기업에서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하니, 성공 확률이 높다.
벤처와 시장 내 대기업이 결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아우터 개발에 성공해서 2000년에 코스닥 상장을 했다. 그러나 2004년에 회사가 지멘스에 넘어간다. 연구개발(R&D) 비용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하는데, 벌충이 안됐다. 그런데 지멘스가 우리 제품을 팔아주니 회사가 대박이 났다. 기술 창업을 하는 벤처하고 이 시장의 마케팅 및 경영 역량을 갖춘 대기업과의 결합이 중요하다.
◇조현정=미국 스타트업의 엑시트 비중 중 M&A가 80~90%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기업공개(IPO)하는 것보다 M&A 거래 금액 비율이 13배가 더 많다는 또 다른 통계도 있다. 근데 우리는 IPO를 하려는 기업이 많고 M&A는 축소돼 있다. 기술 거래소를 만들어서 M&A를 장려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기술을 소개하고, M&A를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과거 '하우 머치'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기술을 소개하고 경매하는 TV 프로였다. 그런 프로그램이 복원되면 좋겠다.
◇남민우=세금 제도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세금으로 기업의 수익을 가져가서 집행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은 기업가가 재산을 만들어서 쓰게 한다. 예컨대 빌게이츠가 재단 만들어서 기부하게끔 만든다. 정부가 기업의 돈을 가져가 쓰는 것보다, 스스로 돈을 쓰게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믿음이 있는 듯하다. 스스로 번 돈을 재투자하는 것에 대해 기업이 전문가라는 암묵적인 심리가 있다. 그래서 M&A도 활발하고, 돈을 번다고 해도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
또 해외는 카피캣에 대한 징벌이 확실하다. 인스타그램 같은 걸 몇 조씩 주고 왜 사겠나. 카피캣이 몰리고 내 이미지 추락하면 그 거대한 회사 하나가 그냥 하나씩 날아간다. 문화적으로도 그게 돼 있고 사법적으로도 카피캣에 대한 일벌백계가 확실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벤처 창업을 카피하는 것에 대해 칼을 들이댄 적이 없다.
◇사회=특히 AI와 관련해서 기업과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황철주=혁신기술을 무없보다 우선시 되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아무리 좋아도 경쟁자가 있어서 구매자가 가격을 결정하게되고 혁신은 부족함이 있어도 경쟁자가 없어서 만든 사람이 가격을 결정 할 수 있다. 혁신, 1등, 성공은 먼저 더 잘 한 결과다. 초기시장 선점으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혁신기술의 허가나 승인 기간은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이 기간동안에는 조건부라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조현정=LLM을 어느 기업이나 갖출 수는 없다. 정부 지원 AGI 제도 만들었으니, 이를 확대해서 모든 기업이 AI를 보편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LLM을 개별 기업이 갖추지 않아도 AI를 잘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금룡=정부의 거대 예산안에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넣어야 한다. 실제 만나보면 컴퓨팅 파워 구동 시 열을 줄이는 스타트업도 있다. 이들 같은 수많은 혁신 스타트업들을 정부 지원책에 붙여야 한다.
◇남민우=공공기관과 정부기관의 예산이 뒷받침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팔란티어와 아이온큐라는 기업이 급성장 중이다. 누가 이렇게 이들의 매출을 올려주나 봤더니 정부 기관이었다. 정책적으로 돈을 몰아주더라. 이들이 발 들인 AI와 양자컴퓨터 시장은 굉장히 초창기다. 그럼에도 정부 기관의 도움으로 주가가 올랐다. 이렇게 스타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강도현=창업 생태계에 정부 조달 체계도 들어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우리도 우정사업본부 제외하고 13조원을 쓴다. 그런데 비(非)R&D 과정 중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개념검증(PoC)을 위한 게 된다. 서비스 공고 내고, 한 번에 5~10억씩 지원하게 되면 굉장히 제한적이다.
실제 조달 체계에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수요 기관이 섹션별로 밸류체인을 분석해야 한다. 이를 스타트업과 맞춰보기도 해야 한다.
또, 부처별 네트워킹이 너무 많다. 각 부처와 기관별로 무수히 많은 기술 전시회와 포럼 행사를 연다. 이렇게 각각 열면 네트워킹 실효성이 떨어진있느냐다. 없다고 본다.
◇이형우=창업과 경영을 구분해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과 사업은 지식과 기술이 아니라 전투력으로 가는거라고 본다. 교수 기술 창업은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경영은 그 바통을 받아서 경영을 할 수 있는 기업에서 해야 한다. 이금룡 이사장님이 말씀 주셨던 교수가 창업하고 경영을 삼성에서 했던 레인보우 로보틱스의 사례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인재양성 시스템 전면 혁신 필요 모두가 입모아
창의성·협동력·메타인지 강화하는 교육이 AI시대 절실
대학은 지식인을 육성하고 기업이 기술자를 육성해야
기업과 기술자가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 강조
◇사회=인재 양성만큼은 큰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인재 양성에 있어서 핵심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시스템, 제도 등은 무엇인가.
◇이형우=기업과 경영, 산업이 우리 사회의 현재를 담보한다면, 미래를 만드는 것은 교육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교육은 절망적이다. 아직도 대학에서는 LLM이 다 해주는 코딩 교육을 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AI 시대에는 답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없는 답을 찾는 게임을 해야 한다. 창의성과 AI가 못하는 협력, 협력을 해내는 사회성 등이 필요하다. AI가 추론은 잘하는데 메타성이 떨어지니, 인재 양성에 있어 메타 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신경 썼으면 좋겠다. 창의성과 협업을 복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조현정=대학은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다. 물론 로코드, 노코드 등으로 개발 방법론이 많이 바뀌기는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나오는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것들이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고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하기 빼기 나누기 기본적인 사칙연산을 배우듯, 대학에서 기본적인 코딩을 배우고 나와야 한다. 4년 동안 코딩이라도 제대로 하고 나와야지, 그 걸 안해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형우=SW를 만들려면 당연히 그 기반이 되는 아키텍처 설계 기능이나, 구조 전체를 다루는 핵심적인 기술 개발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기술은 소프트웨어 기반 사회의 중요한 핵심 기술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기초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기술은 굳이 대학에서 배우지 않아도 된다. 기술 교육 조직이나 기업에서 충분히 더 잘 가르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젊은 젊은 인재들의 창의성이다. 창의성과 협동력, 협업력을 복구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런 취지에서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황철주=지식은 공유에 철학이 있고, 기술은 차별화에 철학이 있다. 대학은 지식인을 육성하고 기업이 기술자를 육성해야 한다. 그런데 대학이 기술자를 육성한다고 하니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세계 최고 기술인들 육성할수 있도록 보호정책이 절실한 시대다.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는 대한민국 전체국민들을 경제적 여유를 만들어 줄 수 없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자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의 경제적인 여유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이금룡=대학에서 지금 조별 과제가 다 사라졌다. 적극적으로 임하는 학생들이 프리라이더와 동일한 점수를 받으니 문제 제기를 한다.
그런데 우리 도전과 나눔 재단에서 스타트업을 키우면서 교원 창업 기업 중 성공한 곳들을 보게 됐다. 교수 밑에 연구원들이 하나의 단체로 협동한다. 랩 안에서 교수를 중심으로 협동이 이뤄지더라.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협업이 어려우니, 교원 창업을 장려해 교수를 중심으로 한 협업 체계를 만들면 기술력의 확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수평적 생태계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 영국은 디지털 교과서를 완전히 민간한테 개방한다. '엑트쇼'라는 교육 전시회에서 민간 기업 수백 개가 참여해서 디지털 교과서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수평적인 문화가 중요하다. 대기업에게 혹은 정부에게 납품하는 문화가 아닌, 스타트업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가면 어디서든 대우해 주는 수평적 생태계가 필요하다.
◇사회=메타인지를 기를 방법론이 있다면.
◇남민우=창업은 인생 최고의 대학이다.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뭔지 명확히 인지하게 된다. 자금 문제든 투자 문제든 경영 문제든 기술 문제든 뭐든 해결해야 될 숙제가 명확해진다. 또, 문제 해결 능력도 기를 수 있다. 책을 보고 공부할 때, 토론할 때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와 부딪힌다. 하나하나 극복하면서 내공이 쌓인다. 이는 메타 능력이다.
그러나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정답이 없는 필드기 때문이다. 이때 무너지는 사람 태반이다.
교수든 학생이든 이 경험을 한 번쯤은 다 해보게 해야 한다. 창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창업해서 성공하냐 못하냐'보다는 '사업 DNA 찾을 기회를 준다'로 바꿔야 한다. 과정을 겪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사업가로서의 DNA를 찾아내는 기회를 갖게 해 주는 것의 의미가 크다. 맷집 되는 사람이 성장한다. 여기서 빅테크들이 나오게 된다.
◇사회=정부에서는 예산을 상반기 조기 집행하고 AI G3 도약, 12대 국가전략기술 중심 선도형 R&D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늘 구루들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검토해 갈 것인가.
◇강도현=우리가 AI 세계 3위로 발돋움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핵심은 컴퓨팅 파워다. 최근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AI 대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 확보를 위해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본격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AI 연구개발을 위해 필요한 첨단 GPU를 대폭 확충해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산 AI 반도체 초기 수요 창출을 위해 국산 NPU와 PIM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리고 정부 R&D 성과 연계를 통한 기술사업화도 지원하겠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와 기재부, 산업부, 금융위 등이 모여 논의해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할 계획이다. 출자금 외에도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정책금융 대출상품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브로드밴드가 IT 강국 도약의 핵심 인프라였듯 AI 컴퓨팅 인프라는 AI 대전환 시대 혁신과 성장을 뒷받침하는 국가 핵심 기반이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을 조속히 추진해 AI 컴퓨팅 생태계 성장의 요람으로 적극 육성하겠다.
◇사회=사회에 혁신의 씨를 뿌리는 포부와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남민우=우리 사회에 비관과 낙관 관점이 교차하고 있으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가 이미 세계 10대 강국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30년 동안 AI 파고가 칠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지난 30년 동안 겪어봤다. 오늘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준비하면 5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강도현=지난해 여러 노력을 통해서 AI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민간과 힘을 합쳐 인프라 투자를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인공지능 분야에 1조8000억원을 지원해 기술경쟁력 강화와 민간 성장을 촉진할 방침이다. AI 최고 인재 육성을 위해 AI 분야 최고급 신진연구자를 지원하는 사업도 새롭게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AI·디지털 분야 스타트업 및 신산업 분야 기업 성장을 위해 올해 총 8100억 규모의 정책펀드를 조성하고 정책금융도 지원한다. 최근 청년들이 체감하는 고용 상황이 좋지 못하다. 우리 청년들이 성장하는 AI·SW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도전할 수 있도록 단계별 지원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
고용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직업훈련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미취업 청년에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도 신설해 디지털 분야에 흥미를 갖고 도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오늘 구루 여러분들께서 주신 고견, 특히 국내외 위기와 기회 요인들을 잘 살피고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꿈과 역동성 확보라고 생각한다. 30년 전 우리 모두가 그러했듯 인공지능의 미래 30년을 위해 다시 꿈과 역동성이 발휘돼야 한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 세대가 꿈꿀 수 있고, 스타트업과 벤처 그리고 끊임없는 혁신이 일어나는 인공지능 시대를 만드는 소임에 정부는 최선을 다하겠다. 이 자리에 계신 구루님들과 같이 다시 한번 도전했으면 한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