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상시

2024-10-10

중국 역사에서 한나라 말 영제(靈帝) 시절 국정을 농락한 고위 환관 10명을 ‘십상시(十常侍)’라 불렀다. 위세가 대단해 재물 축적은 물론 관직도 좌지우지했다. 이들의 전횡은 후한의 멸망을 초래했고, 소설 『삼국지연의』 탄생의 배경이 됐다.

국내에서는 2014년 십상시라는 말이 정치적 파문을 일으켰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이 보도되면서였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씨가 10명의 여권 인사들과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보는 순간 ‘이것은 완전히 사실이 아닌 게 보도됐구나’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더중앙플러스 ‘박근혜 회고록’)고 박 전 대통령은 밝혔지만, 2년 후 국정농단 수사와 박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십상시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전병헌 새로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여러 십상시 집단의 아첨 경쟁이 민주당을 왕조형 신당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수차례 이 단어로 의대 증원론자들을 겨냥했다.

최근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용산에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며 “(김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을 갖고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먹는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역사적으로 그랬듯, 십상시란 단어가 권력자들의 주변에서 언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발언한 사람의 기질로만 치부하기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겨지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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