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AI 시대, K콘텐츠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2025-04-02

빠르다. 놀랍다. 두렵지만 피할 수 없다. 요즘 인공지능(AI)이 K콘텐츠에 파고드는 형세가 그렇다.

AI 기술과 콘텐츠가 빠르게 만나고 있다. 영상, 게임, 음악, 웹툰 등 콘텐츠의 제작, 유통, 그리고 소비 전 과정에 AI가 접목되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11월 챗GPT 출시 후,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우리나라 권한슬 감독이 대상을 수상한 것이 2024년 2월의 일이다. 1년도 안 되어 100% AI 기술로 제작된 영화가 극장에서 최초로 개봉하고, 국내외 영화제에도 수많은 AI 기반 영화들이 출품되고 있다. 수치로 보아도 2023년 7.8%에 불과하던 콘텐츠 업계의 생성형 AI 활용률이 작년에는 13.2%로 크게 증가하며 AI 기술이 우리 콘텐츠에 빠르게 스며드는 중이다.

AI 기술이 적용된 콘텐츠를 접할 때마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년 처음으로 지원한 'AI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AI를 활용해 '세상 모든 언어의 종이책을 실감 나게 읽어주는 어린이 책읽기 서비스'가 개발됐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 기기를 책에 갖다 대면, 문장을 자동 번역하여 보여주기도 하고 엄마 목소리로 읽어주기도 한다. 이 콘텐츠를 개발한 '웅진씽크빅'과 '아티젠스페이스'는 CES2025 AI 부문에서 각각 최고혁신상과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편에서는 문제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다른 영상에 입혀 대상화하는 딥페이크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하나의 예다. 콘텐츠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탄생하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인데, 기존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도 직면해 있다. 또, 올해 1월 제정된 AI기본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AI시스템에 의해 생성된 결과물은 이용자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관계부처와 힘을 합쳐 예술적·창의적 표현물인 경우 전시 또는 향유를 최대한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지 또는 표시하도록 하거나, 표시의 예외를 두는 방식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AI가 콘텐츠 산업에 놀랍도록 빠른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리고, AI와 콘텐츠의 융합이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AI 기술이 K콘텐츠의 혁신을 이끄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선, AI는 콘텐츠 업계의 '생산 혁신'을 주도한다. 최근 콘텐츠 업계의 큰 걱정거리는 제작비의 급상승이다. 높은 제작비 대비 수익은 이에 못미처 콘텐츠 투자가 위축되기도 한다. 다수의 사람이 수많은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기존 콘텐츠 제작 방식과 다르게, AI는 소수가 적은 예산으로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다. 2024년 '제1회 대한민국 AI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마테오'는 총 2개월에 걸쳐 3명의 감독이 100% AI 기반 영화를 만들었다. 이제 좋은 아이디어와 기획을 가진 영화·게임·음악·웹툰 창작자들은 전통적인 제작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하거나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장르를 개척하여 제작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AI는 '콘텐츠 창작 혁신'에 기여한다. 유한한 콘텐츠를 영원한 콘텐츠로 바꿔주고, 상상 속 미지의 세계도 구현할 수 있다. 윤여정 배우의 20대 모습을 재현한 광고가 제작되고, 누구나 AI 기술로 콘텐츠 창작을 시도할 기회가 열렸다. AI로 콘텐츠 창작의 장벽이 낮아지고, 걸림돌은 개선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AI는 K콘텐츠의 '해외 시장 진출 혁신'을 선도한다. AI는 한국어 기반의 K콘텐츠가 한계를 극복하고, 현지 언어·문화 밀착형 콘텐츠화에 기여한다. 한국형 콘텐츠의 세계 시장 진출을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현지 맞춤형 콘텐츠 제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전 세계인이 K콘텐츠를 '알고, 즐기는' 것을 넘어 '일상 속에서 소비'하는 시대를 열어줄 것이다.

이상은 문체부가 지난 3월 대한민국 대전환 '문화한국 2035'를 통해 AI 대응 문화예술·콘텐츠 산업 혁신을 핵심과제로 제안한 배경이다. AI 대전환 시기, 콘텐츠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문체부는 올해 내에 'AI 시대 콘텐츠 산업 미래 전략'을 수립해, 콘텐츠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게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AI를 기술 자체보다, 사람의 창작활동을 도와주는 도구로 바라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일자리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콘텐츠 산업의 대전환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AI 기술이 얼마나 사용되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데 AI가 무엇을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이다.

1994년, 문체부에 '문화산업국'이 신설된 후 지난 30년 동안 K콘텐츠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우리 콘텐츠업계의 노력과 역량이 결집된 결과다. 더불어,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따른 '적극적 대응과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용 컴퓨터 보급과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도입이 우리 게임산업 성장의 토대가 되었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웹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 산업의 등장과 초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음원·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K팝' 'K드라마'의 세계 시장 선도의 토대가 되었다.

이제 AI 시대다. 이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우리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AI 기술 개발은 조금 늦었을 수 있다. 그러나, AI 콘텐츠는 늦지 않았다. 문체부는 우리가 AI 기술 기반의 새로운 콘텐츠 산업을 창출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필자〉중앙대에서 연극영화학과 학사·연극영화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 연극 '오셀로'로 데뷔했고, 1974년 MBC 공채 탤런트 6기로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했다. MBC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회장 댁 둘째 아들 용식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돼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약 3년간 재직했다. 퇴임 이후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 예술의전당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연극 무대로 돌아와 배우로 활동했다. 지난해 10월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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