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는 우리나라 공공 IT 시스템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예견된 사고에 가깝다. 2023년 행정망 마비 사태 이후 정부가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음이 확인된 결과다.
문제의 뿌리는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공공 IT 사업의 고질적인 구조에 있다. 기술이 비교적 단순했던 시절에는 최저가 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하고, 빠듯한 예산 내에서 결과를 내는 방식이 통용됐다. 공공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 이러한 방식은 명백한 한계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점차 기술 관리 역량을 상실했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히 외주로 넘기는 방식 역시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
누구도 총괄 책임을 지지 않는 기이한 구조도 문제다. 국정자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전과 대구, 광주의 각 시스템 발주는 개별 부처가 하고, 개발과 운영은 외주 업체가 담당하며, 인프라는 국정자원이 관리하는 복잡한 구조여서 '총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대국민 서비스의 시작부터 끝까지 '시스템의 총체적 안정성'을 책임지는 주체는 실종됐다. 장애가 터지면 어김없이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하다. 정부 부처는 사업자를, 사업자는 불명확한 지시를 내린 부처를 탓한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끼인 누군가 책임을 뒤집어쓰기 일쑤다. 소모적인 책임 공방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곧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것이고 각종 대응책도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번엔 실패를 답습해선 안 된다. 이번이 공공 IT의 현실을 냉철히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한 현실적인 로드맵을 그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