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을 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물어볼 곳이 없어요. 뉴스 보는 것 말고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 그럴 데가 없어서 일단 나와봤어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달 1일, 현장에서 만난 중학교 1학년 여학생 두 명이 말했다. 12·3 비상계엄 뒤 약 4개월간 사회 곳곳에서 탄핵과 관련한 많은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중 가장 뜻밖이었다. 확신에 차 구호를 외치는 어른들 속에서 두 학생은 대화와 균형을 찾고 있었다.

현실에서 10대는 정치를 체득할 광장이 없다. 교과서엔 정치 참여 방법으로 캠페인, 자치 활동, 집회 활동 등이 나오지만, 학교에서 이런 기회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일부 교사는 민감한 주제를 언급하길 꺼리고, 또 다른 일부 교사는 편향된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한다. 제대로 가르치는 어른이 없으니 자치 활동은 더 어렵다.
학교 밖은 더 심각하다. 시민 교육의 장이 돼야 할 집회는 분열의 광장이 됐다. 상대를 헐뜯고 조롱하고 분노하는 데 에너지를 분출한다. 집회에서만 벌어지는 일인가. 탄핵 국면에서 정치인들도 ‘깡패’, ‘미치광이’, ‘양아치’ 같은 말을 여과 없이 쏟아내긴 마찬가지였다.
10대 중 상당수가 선 곳은 극단으로 오염된 온라인 공론장이었다. 서로를 극우·극좌로 지목하고 폭력과 혐오로 점철된 문장만 쏟아내는 SNS와 커뮤니티다. 처음엔 일종의 유희로, 호기심으로 접한 정보는 알고리즘을 통해 결국 ‘에코 체임버(벽에 부딪힌 소리가 메아리처럼 반복해 되돌아오는 반향실)’ 효과를 냈다. 비슷한 주장은 더 극단적으로 변질된 채로 무한 소비됐다. 탄핵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관과 정치인에 대한 위협과 ‘파묘(개인 정보나 과거 언행을 찾아 문제 삼는 것)’가 벌어진 곳도 온라인이었다.
2019년 국회가 공직선거법(제15조 1항)을 개정해 만 18세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을 때, 10대도 정치적 판단력을 갖추고 정책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퍼졌다. 우리 정치·사회의 민주화 정도와 교육 수준이 그만큼 향상됐다는 전제 덕이었다.
하지만 그런 법 개정으로 권리만 부여한 채 건강한 사회·정치 가치관을 형성할 기회는 간과하고 있진 않은가. 10대가 쓰고 있는 정치적 언어를, 그리고 그 언어를 사용하게 된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같이 대화해야 한다. 아이들을 도외시하고 자신만의 논리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치는 어른들은 답해야 한다. 미래 자유 민주주의 세대를 길러낼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