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정기획위원회가 오는 13일로 예정된 대국민보고대회에서 이재명 정부 국정 비전인 ‘진짜 성장’과 연동한 정부조직 개편 및 국정과제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성장은 한국경제의 오랜 동력이었던 추격경제 전략(패스트 팔로어)을 선도경제 전략(퍼스트 무버)으로 바꾸는 작업을 말한다.
이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에선 이를 주제로 약 20년 넘게 거시 담론을 반복해왔으나, 아무도 제대로 시도한 바조차 없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처럼 제품에 대한 모방과 혁신의 궤도는 같다. 그러나 작용하는 힘은 다르다. 둘의 결정적 차이는 위험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차이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모방은 사진과 같은 정밀화와 같다.
혁신은 피카소의 입체주의 그림과 같다. 평면 외에 존재할 수 없던 그림을, 평면 안의 입체로 바꿔 그려냈다. 평면에 대한 극에 달한 이해와 이를 바꿔 보려는 시도(혁신)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도 일정 단계 들어가면, 자기 외에 다른 변화를 짓누르는 자기 모방 단계로 왜곡된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새로운 걸 만들기보다 기존에 팔던 게 잘 팔리는 게 제일 좋기 때문이다.
여기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려면, 과거의 혁신을 고집하는 현재의 틀을 깨는 위험을 유연하게 관리해야 하고, 기존의 틀을 깬다는 명분으로 멍청한 파괴와 새로운 창조를 동일 선상에 놓아서도 안 된다.

◇ 이재명 정부의 ‘경제 수도관 청소’
그간 많은 사람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재벌과 원하청 구조를 지목했다.
특정 혈연 가족이 특정 기업을 지배해야 잘 된다는 생각은 '경영권 신수설'로 일종의 종교와도 같다. 이러한 행태는 유전무죄‧무전유죄 같이 심각한 부정부패라도 용인하고, 우월 지위를 위해 원하청 착취 구조를, 근로자끼리도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고착적 계급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공정도 상식은 취약하게 되고, 부패와 정경관 유착은 강화된다.
권력 강화에는 일정 정도의 부패가 필요하지만, 이 부패가 지나치면 경제적 효율은 떨어진다.
경제는 수도관에 물이 팽팽 돌아야 활성화되는데, 수도관에 더러운 오물(부패)로 밑으로 흘러야 할 물(투자‧임금‧배당)이 부족하거나 고갈돼버리면, 수도관을 청소하기 전까지 경제는 살아날 수가 없다.
상법개정안은 노란봉투법, 아직 실효성이 미비하든 중대재해처벌법 등과 더불어 수도관 청소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으로, 구체적 행위에 대한 벌과 실효성을 올려 실질적인 청소효과를 내되, 배임죄같이 추상적 형벌에 대해선 완화방안을 통해 경영진들의 불확실성을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 수도관에 물 흘려보내기 ‘투자‧배당’
수도관에 흘려보낼 물, 투자‧임금‧배당 가운데 가시적인 부분은 투자와 배당 쪽이다.
투자 부문에선 인공지능 100조원 공약에 각 산업 분야 AI 접목, 전 국민 대상 맞춤형 AI 교육, 공공행정 분야부터 시작하는 AI 혁신들이 거론된다.
AI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여기에 기업이 참여하고, 기업에서 일할 인재를 배치하고, 이 모든 체계가 정부가 만든 예측가능한 규칙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공공행정 분야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은 그간 무수한 산업개혁에서 대불산단 하나 빼고는 실질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 기업들이 살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 적당한 지원책에, 뭐만 했다고 하면 관료들이 가로막는 양두구육적 정책 시행 때문이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서 어떤 부분을 참고해 설계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배당 부문에선 ‘코스피 5000’ 등 한국 주식 시장 밸류업 대책,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 통칭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거론된다.
MSCI 선진국 지수는 게임의 규칙 부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돈이 잘 오갈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고 자유로워야 한다.
주가는 인기순위 차트와 비슷한데, 같은 인기순위 차트(S&P 500, 닛케이 225, 코스피, 항셍지수, 상해종합지수)라도 참여하는 사람이 많은 차트가 높은 신뢰를 가진다.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려면, 그 시장이 믿을 만한 시장이어야 한다.
거꾸로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의 온갖 불법을 못 잡아내고,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조작‧사기해도 눈감아주는 등 게임에 반칙(부패)이 난무하면, MSCI 선진국 지수에 못 들어간다.
MSCI 선진국 지수에는 이것만이 아니라 원화-외환문제도 걸려 있기에 신중히 다가갈 필요가 있기는 하지만, 성장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기도 하다.
주식 시장 밸류업은 기업의 이익(물)이 얼마나 주주들에게 잘 흘러가느냐인데, 그간 한국 회사는 주주들 이익을 너무 챙겨주면 회사가 성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당을 잘 안 해왔다.
대신 회사재산을 마음대로 유용할 수 있는 지배주주의 권한을 강화해왔다. 또한, 죄를 저질러도 사법부가 용인하고, 행정부가 사면해주는 경제 수도관 오물을 쌓아갔다.
앞서 서술한 수도관 청소를 통해 지배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통한 횡령‧부정행위를 차단하고, 회사 곳간에만 쌓아둔 자산을 제대로 주주환원하는 작업이 궁극적 목표로 관측된다.
감세는 이익 비례 지원인데, 대주주 양도세 현상 유지, 배당소득세 감세 정도만 있다면, 막힌 수도관에서 찔끔 나오는 물에 비례하여 찔끔 세금지원을 해주겠다는데 그치게 된다.
제대로 된 수도관 청소와 병행하여 진행한다면, 감세는 청소가 된 만큼 이익 비례 지원이 되기에 수도관 유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다.
이재명 정부의 임금 부분은 아직 나온 게 없다.
임금은 원하청 구조와 세계 최하위급 낮은 노동권이 겹쳐 있어서 수도관 청소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에 해당한다. 행정 관료 과부화, 사법 관료(판사) 권력화를 어느 정도 중화할지가 관건이다.

◇ 생태계를 담는 틀, 정부조직 개편
정부 조직개편은 그간 예고됐던 대로 움직일 전망이다.
기재부에서 예산 편성과 경제정책, 공공정책 기능이 빠져나와 기획예산처가 수립되고, 남은 재무관리 영역에 금융위의 금융기능을 덧붙인다.
기획예산처장 지위는 장관급, 재정경제부 장관은 부총리 겸직을 이어받을 것으로 추정되며, 세제·정책·금융·국고 등을 관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는 잔존 감독기능과 금융감독원 감독기능을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될 전망이다.
이 기관이 민간기관으로 둔다면, 위헌 소지가 있다. 감독은 행정권이며, 민간은 행정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법률로 민간기관에 행정권을 직접 부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해외에 그런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결국 민간자율감독이고, 부패와 공정 중 부패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 주변 건물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소보원) 격상 문제 관련 감독권 부여 문제는 기능과 관련된 내용인데, 현재 소보원은 양쪽 민원을 듣고 그 선에서 판단하는 수준에 불과하기에, 독립기관화 및 감독권한 부여를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환경부가 산업부 에너지부문을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재편, 산업부의 조선업 담당 기능을해수부로 이관하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이 실현될지는 13일 국정기획위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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