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수의 판교We포럼] 실용 정책-규제를 기술로 풀어내야 IT 강국이 부활한다

2025-08-11

IT 강국에서 뒤처진 나라

대한민국은 한때 'IT 강국'이라 불렸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드론, 안면인식, 핀테크, 바이오, AI까지 -- 새로운 기술들이 규제라는 벽에 막혀 중국을 뒤쫓는 처지로 전락했다. 스타트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만나 사업 아이템을 논의할 때마다 “좋은 아이템이지만 규제 때문에 어렵다”는 말이 반복된다.

해외는 달린다, 한국은 멈춘다

중국은 이미 베이징과 광저우에서 무인 택시가 일상처럼 달린다. 미국과 일본은 드론으로 약품과 택배를 도심까지 배달한다. 그러나 한국의 레벨4 자율주행차는 '안전요원 필수 탑승' 규제에 막혀 시험 운행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드론 배송은 인구 밀집 지역 비행 금지 규제로 특구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이 규제들이 기술의 안전성을 '사후'에 검증하려는 구조라는 점이다.

사후 처방의 한계

물론 정부도 규제샌드박스 제도처럼 신기술 제품·서비스를 일정 기간 시험·검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규제가 만들어진 이후'에야 적용되는 사후 처방이다.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3년, 5년, 때로는 10년을 허비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은 이미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우리는 뒤늦게 따라가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해법은 '선(先)규제샌드박스' -전문 기구 절실하게 필요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규제를 만들기 전부터 기술을 활용해 위험 요소를 미리 해결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선규제샌드박스'가 필요하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나 부처 판단이 나오면, 곧바로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 기구가 나서야 한다.

예를 들어, 무인 차의 보행자 인식 문제나 드론의 충돌 위험은 센서·AI·통신 기술로 이미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규제를 만든 뒤 해제하는 데 수년을 쓰기보다, 정책 설계 초기부터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기술로 해결하는 실용 정책 사례

청소년 전자담배 문제를 보자. '합성 니코틴은 담배가 아니다', '규제 사각지대다', '온라인 구매가 너무 쉽다'는 등 논쟁이 많다. 그러나 기술 기반 실용 정책이라면 청소년이 구매 자체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적 장치를 적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담배자판기 제조 단계에서 성인인증 장치를 의무적으로 탑재해 출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겉보기엔 단순한 자판기지만, AI, 핀테크, 빅데이터, 안면인식, 본인인증, 배리어프리 기술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정부 기조와 맞물린 실행 가능성

한국이 다시 IT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기존 규제를 촘촘하게 풀어가면서 이제부터라도 '기술로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침 이재명 정부도 실용 정책 기조를 강조하며, 규제 혁신과 기술 활용을 결합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정부는 '규제혁신 2.0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신산업 분야 규제는 사전 단계부터 기술 검증을 병행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기술 실증 특례'와 '임시허가' 제도 확대를 통해 신기술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지금이 전환의 시점

이런 흐름 속에서 '선(先)규제샌드박스'는 정책과 산업 현장이 함께 환영할 수 있는 실용적 해법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의 시점이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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