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무장병원 등 환수 미비 반복…올해도 2000억 중 8%만

2024-09-23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등으로부터 환수가 결정된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들어 2000억원을 넘었지만, 실제 징수한 비율은 8%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청구액 환수 저조' 문제가 꾸준히 반복되면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필요성 등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불법개설기관의 진료비 허위·부당청구 등이 적발돼 환수를 결정한 금액은 2034억원(30곳)이었다. 지난해 전체 환수 결정액인 187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의 명의를 빌리거나 면허를 대여받아 운영하는 병원·약국 등을 말한다. 이들 기관은 불법 행위로 건보 재정을 축내면서 가입자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는다. 건보공단이 적발한 기관엔 말기 암 환자에게 '산삼약침' 등을 영업하면서 선결제 진료비를 챙긴 뒤 잠적한 한방병원 등이 포함됐다.

다만 올해 건보공단이 환수를 결정한 뒤 불법개설기관에서 실제 징수한 금액은 153억원에 그쳤다. 징수율로는 7.5% 수준이다. 나머지 1800여억원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건보공단은 수사기관에서 불법 개설 혐의를 인정하면 해당 기관에서 청구한 진료비 지급을 보류하고, 나머지 금액은 환수한다. 하지만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등이 적발 뒤 빠르게 문을 닫거나 수익을 은닉하면서 압류를 피하는 반면, 경찰 수사는 평균 11개월 정도로 오래 걸리면서 징수율이 저조하다.

이는 오랫동안 풀지 못한 '난제'다. 김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14년간(2009년 1월~2023년 11월) 환수 결정액 약 3조4000억원 중 징수가 이뤄진 금액은 2300억원(6.9%) 정도다. 3조원 넘는 돈이 회수되지 못한 채 쌓여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환수 결정액이 급감했던 2021년 등을 빼면 대부분 징수율이 한 자릿수를 맴돌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보건복지부·지방자치단체 소속 특사경 증원을 통한 대응 역량 강화, 경찰 등 수사기관과의 공조 강화를 통한 환수 실적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자체 특사경 도입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수사 기간이 석 달 정도로 크게 줄면서 빠르게 환수 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환수액 결정 고지만 하고 돌려받지 못 하는 식으로 징수율이 낮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수사 기간을 줄일 수 있는 특사경 도입을 꾸준히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임직원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서 논의됐지만 통과되진 못했다. 이번 22대 국회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여럿 발의된 상태다. 김 의원은 "재작년부터 불법개설기관 대상 환수 결정액이 늘고 있지만, 징수율이 매우 낮아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건보공단 특사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건보공단의 권한 남용, 진료권 위축 등을 들어 이러한 특사경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자료를 내고 "사법경찰직무법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법안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사무장병원 문제는 건보공단 조사 권한 부족 때문이 아니라, 충분한 확인 없이 개설 허가를 내주는 정부·지자체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