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새로움을 찾는다면 도쿠시마로!

2024-09-19

일본 본토를 구성하는 4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 그 동부에 도쿠시마현이 있다. 여행 좀 해 봤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알음알음 소문난 곳이다. 생소해서 더욱 좋은 여행, 나만 몰랐던 즐거움을 도쿠시마에서 찾았다.

●시코쿠 헨로미치의 시작점

료젠지

도쿠시마에 도착 후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료젠지(山寺)다. 시코쿠 88개 사찰을 도는 1,400km의 불교 성지 순례길, 시코쿠 헨로미치의 시작점이다.

료젠지는 729~749년 무렵 쇼무왕의 칙명에 따라 승려 교기가 창건했다. 영내로 들어서면 600년의 역사를 지녔다는 다보탑과 커다란 비단잉어가 노니는 방생 연못 사이로 순례자(오헨로상)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 곤고즈에(지팡이), 스게가사(삿갓), 하쿠이(흰옷) 등으로 복장을 갖췄다. 순례길은 일본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승려로 꼽히는 홍법 대사 구카이(空海)의 발자취 위에 놓였다. 순례자의 삿갓에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쓰여 있는데, 홍법 대사가 함께 걷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코쿠 헨로미치를 한 번에 완주할 필요는 없다. 최근 몇 년간은 상황에 맞게 구간을 나눠 걷는 ‘구기리우치(구획 걷기)’가 유행이다. 꼭 도보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 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선택해도 좋다.

●좀 더 느슨해질 기회

아와닌교조루리

도쿠시마는 일본 내에서도 인형극의 전통이 계승 및 발전되어 온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국가 중요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도쿠시마의 인형극은 ‘아와닌교조루리’라고 불린다. ‘아와(阿波)’는 도쿠시마의 옛 이름, ‘닌교조루리(人形淨瑠璃)’는 일본의 전통 인형극을 뜻한다. 도쿠시마 현립극장인 아와쥬로베야시키(阿波十兵衛屋敷)에서는 아와닌교조루리를 상시 공연하고 있다.

극은 일반적으로 조루리(극적 낭송), 샤미센(일본의 전통 3현 악기), 닌교(인형)로 구성된다. 닌교는 검은 옷을 입은 세 명의 산닌즈카이(인형사)에 의해 조종되는데, 이는 닌교조루리의 공통된 특징이다. 톤이 높은 일본어 대사는 극장 위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영어로 번역되며 샤미센의 반주와 어우러져 공연 내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30분의 공연이 끝나면 유난히 머리가 큰 아와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전시실로 자리를 옮겨 직접 인형을 작동해 볼 수도 있다.

아와쥬로베야시키는 쓰루카메노니와(거북이와 학의 정원)의 형태를 갖춘 일본식 정원을 품고 있다. 도쿠시마의 전통문화를 경험한 후에 흑송이 흐드러진 고택의 정취를 느끼며 마음이 느슨해지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일 년 내내 아와오도리를 만나는 법

아와오도리회관

아와오도리(阿波踊り)는 도쿠시마시에서 8월12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축제다. 흥겨운 춤과 음악, 그리고 수십 개의 렌(レン, 아와오도리를 추는 단체)으로 구성된 전통 무용수들의 행렬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와오도리는 일본 내에서도 소문난 축제로 꼽힌다. 이 시기 일본 전역에서 몰려든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도쿠시마시 전역을 들썩이게 한다. 물론 비행기 표와 호텔 예약도 하늘의 별 따기다.

아와오도리회관은 축제 때가 아니더라도 아와오도리 춤을 상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관객들은 아와노카제(あわの風)란 이름을 가진 전속 렌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함께 어울려 춤을 배워 볼 수도 있다. 아와오도리 춤은 꽹과리, 피리, 샤미센, 북 등으로 연주하는 조메키(2박자, 소란스럽다는 의미를 지녔다)를 기반으로 한다. 율동 또한 매우 단순하다.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낮춘 채 손동작으로 리듬을 탄다.

특히 여성 무용수들이 쓰는 삿갓이 매우 특이하다. 도리오이(鳥追)라 불리는데, 밭에서 새를 쫓을 때 사용하던 것으로 타원의 긴 면을 반으로 접은 듯한 형태다. 삿갓을 깊게 쓰면 키가 커 보이고 얼굴이 반쯤 가려지면서 목덜미가 부각된다. 관능적이면서도 우아하다. 남성의 춤은 우스꽝스럽지만, 때론 과격해진다. 마치 평화롭게 농사를 짓다가 전쟁터로 나가 용감하게 싸웠던 민초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푸르른 재팬블루 속으로

아이조메 체험

그윽한 푸른색의 향연이 이어진다. 직접 천연염색을 해 볼 수 있는 아이조메(藍染) 체험이 시작됐다. ‘아이(藍)’는 ‘재팬블루’라 불리는 남색을 말한다. 아이조메의 재료로 쓰이는 ‘아와 쪽’은 다채로운 색채미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에도시대부터 번성해서 1700년대에는 전국 시장을 지배할 정도로 성장했고 도쿠시마에도 큰 부를 가져다 줬다고. 지금도 아와 쪽은 생산량과 품질면에서 일본 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아이노관(藍の館)은 염료를 유통하던 대상인 오쿠무라(村) 가문의 옛 저택 13동(19세기 초 건축)을 기증받아 개관한 역사박물관이다. 시설 내에는 옛 도쿠시마에서 사용하던 염색 도구와 자료들은 물론, 쪽의 재배로부터 가공까지를 재현한 미니어처 구성물이 배치돼 있다. 전시실을 돌아본 여행객들은 손수건, 반다나, 핸드타월 등을 만드는 염색체험에 나서게 된다. 도쿠시마현 내에는 염색 장인들이 운영하는 공방이 꽤 많이 있다. 직접 아이조메도 체험하고 쌈박한 기념품도 만들어 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폭풍 같은 소용돌이와 조류

나루토해협

오나루토대교(大鳴文橋)는 도쿠시마와 아와지섬 사이에 놓인 총연장 1,629m의 다리다. 시코쿠와 혼슈는 오나루토대교와 아카시대교(아와지섬과 고베를 잇는 다리)를 통해 육로로 연결돼 있다. 오나루토대교 아래로는 나루토해협이 지난다. 세계 3대 조류로 꼽히는 이곳의 유속은 시간당 최대 20km에 이를 정도로 빠르고 거칠다.

이곳은 거대한 소용돌이로도 유명하다. 독특한 해저지형이 강한 해류를 만나 생기는 현상으로, 많은 관광객이 이 압도적인 광경을 보기 위해 오나루토를 찾아온다. 우치노미치(渦の道)는 오나루토대교 교각 아래 설치된 관조 체험시설이다. 관광객들은 450m 거리를 걸으며 해상 산책의 즐거움을 누린다. 길 양면의 펜스 너머로 해협의 자연미를 음미하고, 8개의 투명 바닥 창을 통해 격렬한 소용돌이와 조류의 아찔한 흐름도 관찰할 수 있다.

직접 조류의 흐름을 듣고 시각적인 압도감을 체험하려면 나루토 관광유람선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나루토 유람선은 두 종류가 있다. 대형 유람선 ‘원더 나루토(WONDER NARUTO)’와 수중 전망실을 갖춘 소형 유람선 ‘아쿠아 에디(AQUA EDDY)’다. 아쿠아 에디는 원더 나루토에 비해 선체의 요동은 심하지만, 수중 창을 통해 물살의 단면과 빠르기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갑판 출입이 허용되는 타임에는 가장 근거리에서 소용돌이를 목격할 수도 있다. 천지가 개벽하듯 굉음을 쏟아내며 바람과 파도가 폭풍처럼 달려든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조류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세상의 모든 명화를 가까이서

오츠카 국제미술관

오나루토대교 인근의 나루토 공원 내에는 오츠카 국제미술관(Otsuka Museum of Art)이 자리 잡고 있다. 포카리스웨트, 오로나민C, 우르오스 등으로 알려진 오츠카 제약의 75주년 기념사업으로 1998년 설립된 미술관이다. 창립자 오츠카 마사히토의 설립목적은 뚜렷하다. 도판에 재현된 명화 본래의 색채를 고스란히 후세에 남기겠다는 신념이다.

일본에서 두 번째 큰 미술관인 이곳은 규모부터가 남다르다. 작품의 감상 루트가 무려 4km에 이른다. 계획했던 것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되며, 중간에 식사하고 관람을 이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본에서도 가장 입장료가 비싼 미술관으로도 꼽힌다.

미술관에는 회화의 전시대를 아우르는 1,000점 이상의 세계 명화가 걸려 있다. 동선을 이어가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유명 화가와 작품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모든 작품은 실물 크기의 세라믹 복제품이다. 관람객은 첫 번째 홀에 들어서면서부터 입이 벌어진다. 천지창조를 위해 시스티나성당까지 실물 크기 그대로 재현해 놨기 때문이다. 작품은 가까이서 볼 수도 있고 촬영도 가능하며, 심지어 만져 볼 수도 있다. 오츠카 국제미술관의 관람층이 다양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아이에서 노년까지, 미술 문외한에서 전문가까지. 세계적인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명화들이 계층의 차별 없이 한층 가까이에서 공유된다.

●도쿠시마 대표 양조장

본가 마쓰우라 주조장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도쿠시마의 대표급 양조장이다. 브랜드는 나루토타이(Naruto Tai), 여기서 ‘타이’는 육질이 단단하고 맛있기로 유명한 나루토해협의 도미를 뜻한다. 이곳에서는 사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의 공정과 정미소 등의 양조 시설을 견학하고 시음도 즐길 수 있다. 특히 갓 짜낸 술을 그대로 알루미늄 캔에 넣어 봉한 생캔(namacan)은 꼭 경험해 봐야 할 독특한 아이템이다. 냉장 보관 후 차게 먹는 것이 좋다. 19°의 흑캔은 탄산수에 희석해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걸쭉한 국물이 일품

시나소바 완완켄 본점

도쿠시마라멘은 1990년대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지에서는 시나소바(支那そば)라 부르며, 돈코츠 육수에 진간장을 더하고 양념된 돼지 삼겹살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국물은 다른 지방의 라멘보다 진하고 걸쭉하다. 도쿠시마에서 라멘은 반찬의 개념이다. 양이 조금 적은 편이지만 대신 밥을 말아 먹기 때문에 한국 정서에 친숙하다. 1998년 오픈한 완완켄은 도쿠시마라멘 맛집으로 통한다. 가게 이름은 야구선수 오사다 하루(王貞治)에서 따왔다. 닭고기, 돼지 뼈, 간장으로 국물을 우려 내고 100% 도쿠시마 밀로 직접 제면한다.

●도쿠시마산 식재료가 가득

미치노에키 쿠루쿠루나루토

미치노에키 쿠루쿠루나루토는 나루토시에 있는, 음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미치노에키(일본의 공공도로 휴게소)다. 1층의 오드쇼쿠도(大渦食堂)는 나루토 도미와 참치, 성게, 미역 등의 어패류부터, 아와 흑규, 아와 닭까지 도쿠시마산 식재료를 사용한다. 이곳의 해물덮밥은 비주얼은 물론 맛까지 좋아 30분 웨이팅은 기본이다. 나루토는 고구마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나루토에몽(Narutoeemon) 제과점에서 고구마 파르페를 사 들고 고구마 조형물 앞에서 인증숏을 찍는 것이 유행이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도쿠시마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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