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이를 사전에 인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필자는 자택에서 책을 보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는 TV를 틀어 그 천지개벽의 뉴스를 보게 되었다. 필자는 과거 살아오며 격동의 시대를 거쳐 온 세대인지 지금까지 3번의 비상계엄을 경험하였고 각기 그 경험에 느끼는 소회가 다 달랐다.
첫 번째는 1972년 10월 17일 고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유신헌법 관련 비상계엄 조치였다.
대학 재학 중 당일 중간고사를 치르기 위해 오전 9시 집을 나서는 찰나 TV에서 긴급뉴스라며 유신헌법 공포와 이에 따른 비상계엄조치를 선포하고, 국회해산, 정치활동금지, 대학의 무기한 휴교령을 내렸다.
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교정문으로 가보았으나 정문에는 학생들 대신 장갑차와 총을 든 공수부대가 교문을 폐쇄하고 무기한 휴교령의 큼직한 포고문이 적혀있었다. 이 때 느낀 소회는 “역시나”였다.
당시 민주운동중심인 대학가에는 법대교수 3명이 대만총통제를 연구하러 대만에 체류 중이고 곧 영구집권 가능한 총통제를 실시한다는 유비통신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었기에 필자가 느낀 소회는 “역시나” 였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재선을 마치고 정권을 더 연장하기 위해 3선이 가능한 개헌을 단행하였고, 이어진 71년 대통령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겨우 당선됐지만 이어진 총선에서 야당에 많은 의석을 내주자 합법적인 집권 연장이 불가능해짐을 알고는 곧 1년만에 유신헌법으로 다른 집권의 길로 들어섰다.
필자는 법학도였기에 신문에 공포된 유신헌법을 보고는 여러 조문이 있었지만 제일 관심사가 대통령의 임기였다. 만일 임기가 한정되어 있다면 유신헌법 공포의 본래 취지인 국가를 새롭게 한다는 그 의미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필자가 눈을 비비고 아무리 1시간을 살펴봐도 대통령선거는 장충체육관서 수천명의 통일주체대의원들의 간접선거이고 임기는 7년이란 규정밖에 없었다.
또다시 눈을 비비고 살펴봐도 없었다. 혹시 신문인쇄상 빠트렸나 하는 생각에 신문사에 전화까지 걸어 확인했다. 그러나 연임금지 조항이 없었다. 충격이었다. 결국 영원한 집권의 길을 교묘하게 열어놓고 있었다. 대만에서 유신헌법의 기초를 닦은 헌법학 교수들은 추후 국회의원의 보상을 받았다.
두 번째는 1979년 10월 26일 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과 더불어 벌어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비상계엄조치다. 이 때 느낀 소회는 ‘당연히’와 “어? 이것 봐라. 또!”였다. 최측근에 의해 벌어진 최고지도자의 저격사건은 한반도를 송두리째 격동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고 온 국민들은 전쟁위기 등 전전긍긍했다.
최고지도자의 공백에 따른 혼동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이 때 조치된 비상계엄은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그 최고지도자의 자리를 노리는 군부의 총칼을 보고는 “어? 이것 봐라. 또!”라는 의구심이 느껴졌다.
세 번째 맞이한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소회는 “뜬금없다”와 “뜬금있다”였다.
“뜬금없다”라는 말은 옛날 시장에서 곡물을 거래할 때 그날그날 시세에 따라 거래기준이 되는 가격을 “뜬금”이라 하는데 만일 이 뜬금이 없으면 거래가 될 수가 없다는 의미다.
이 비상계엄의 “뜬금”을 보면 국가의 안전과 질서인데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위헌이라는 거센 반발이 일어난 반면, 계엄령 발동의 정부는 국가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선포 이후 몇 시간 만에 해제되었지만 이 조치의 해프닝을 두고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는 반면 오히려 새로운 진전의 계기도 될 수 있어 자못 불확실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추진하는 한국벤처기업에의 외국PEF자금이 송금직전 이 비상계엄의 돌발적인 조치로 취소되었음은 경제계에 비상한 경계를 환기하고 싶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김우일 대우김우일경영연구원 대표/대우 M&A 대표
•(전)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전)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이사
•인천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서울고등학교, 연세대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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