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표발의 1%도 안 돼… 협치 ‘실종’ [22대 국회 발의 법안 전수조사]

2025-12-10

여야 대치 탓 입법 협력 제도 유명무실

“예전엔 낮에 싸워도 밤에는 풀었지만

요샌 같은 상임위라도 밥 한 끼 안 먹어”

22대 국회 개원 이후 555일 동안 진보·보수 진영을 가로지른 ‘초당적 공동대표발의’가 전체 의원입법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일상화되면서 범진보·범보수 정당 의원들이 입법을 함께하는 공동대표발의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초당적 입법 논의를 통해 ‘협치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가 10일 22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5일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1만380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진보 정당과 국민의힘·개혁신당 등 범보수 정당 의원들이 진영을 초월해 공동대표발의한 법안은 76건(0.55%)에 그쳤다. 공동대표발의 제도는 초당적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3년 국회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실제 활용은 극히 저조했다.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 영역이 23건으로 가장 많았다. 고령화, 장애인권, 자살 예방 등 사회적 공감대가 넓은 의제가 주를 이뤘다. 이어 △지역현안 21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지원 10건 △문화·콘텐츠 8건 △국토·교통 7건 △외교·통일 2건 △정치 2건 △보훈 2건 △환경 1건 순으로 나타났다.

초당적 공동대표발의에 이름을 올린 의원은 총 73명으로,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12건,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11건을 기록했다. 민주당 김교흥·문금주 의원과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각각 6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 정치사에선 정파적 경계를 넘어 합의가 이뤄진 정책이 정권 교체 뒤에도 유지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진보정권인 노무현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나, 보수정권인 노태우정부가 내놓은 북방정책·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정파를 뛰어넘은 정책은 시간이 지나도 틀이 흔들리지 않는 지속 가능성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22대 국회에서 초당적 입법 협력이 1%에도 못 미친 가장 큰 배경에는 여야의 극한 대립이 자리 잡고 있다. 여당 재선 의원은 “예전엔 낮에는 치고받고 싸워도 밤에는 ‘형님, 아우’ 하며 풀 수 있었는데, 요즘은 같은 상임위를 해도 밥 한 끼 안 먹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정치 지형이 격화되며 협치의 통로가 거의 막힌 셈이다. 강성 지지층의 등쌀도 한몫한다. 한 국민의힘 보좌진은 “민주당 의원과 함께 발의했다가 극성 지지층의 표적이 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극한 대립 속에서도 “민생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초당적 협력 문화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많은 공동대표발의를 기록한 최보윤 의원은 “현장의 분명한 어려움 앞에서는 ‘어느 당의 법안이냐’보다 ‘국회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느냐’가 더 중요했다”며 “작은 법안이라도 함께 만들어 본 경험이 쌓여야 큰 현안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기반이 생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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